‘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 교육’ 발언만 명예훼손 인정…벌금 200만원
정의연 “반인권적·반역사적 판결” 반발…류 전 교수 “유죄 부분 항소”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안정훈 기자 = 류석춘(69) 전 연세대 교수가 대학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것을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24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 전 교수의 선고기일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는) 해당 발언이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헌법이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보면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있어야 한다”며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관행과 질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함부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발언은 위안부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기보다 취업 사기와 유사한 형태로 위안부가 되었다는 취지에 가까워 보인다. 해당 발언은 통념에 어긋나는 것이고 비유도 부적절하다”면서도 “강의의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을 고려할 때 그 내용과 방법이 학문적 연구 결과의 전달이나 학문적 과정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피고인이 한 발언은 피해자 개개인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의 진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개개인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전체에 관한 일반적 추상적 표현에 해당한다”며 “대학 강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토론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밝힌 견해나 평가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서 다뤄진 류 전 교수의 명예훼손 혐의는 ▲ 위안부가 강제로 연행되지 않았다고 발언해 당시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가 위안부들에게 강제 연행에 관해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육했다고 발언해 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 ▲ 정대협의 핵심 간부가 통합진보당의 핵심 간부라고 발언해 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 ▲ 정대협이 북한과 연계돼 이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발언해 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으로 4가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류 전 교수가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 동원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서만 허위사실을 적시해 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 밖의 정대협 관련 발언에 대해선 허위임을 인식하고 발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거나 류 전 교수의 주관적 평가를 언급한 것이어서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류 전 교수는 이날 법정을 나서며 “제일 중요한 건 위안부가 매춘했다는 발언이 무죄가 나왔다는 것, 통진당이 정대협이랑 얽혀있다는 게 무죄가 나왔다는 것”이라며 유죄 판정에 대해서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본 정부와 극우 역사부정 세력들의 공격 속에 또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반인권적 판결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가 공히 인정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재판부는 부인하는 것인가”라며 “검찰은 즉각 항소하여 다시금 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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