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우영일씨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한다. 아버지는 3년 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이던 우씨 가족은 가장을 잃은 후 더욱 어려워졌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우 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며 공사장, 식당 등에서 일해 오다가 현재는 이동통신 판매업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목요일 우씨는 오전 6시경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던 중, 타는 냄새를 맡았다. 창문을 열고 불이 난 현장을 발견했다. 이후 우씨는 높이 15층 규모의 이 아파트에서 1층부터 13층까지 약 30분 동안 두 차례나 오르내리며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위층에 불이 났어요! 빨리 대피하세요!”
슬리퍼 한 짝이 벗겨진 맨발로 뛰어다닌 우씨의 양손은 까만 재로 뒤덮여 있었고 입에선 검은 가래가 나왔다.
우씨라고 무섭지 않았을까. “연기가 자욱한 걸 보고 10분 정도 망설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언이 떠올라 용기를 냈다”는 게 우씨의 설명. 우씨는 MBN에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가난해서 남들을 도우며 살지 못했다. 죽을 때까지 도움을 주지 못하고 가니까 너무 부끄럽다’고 하시더라. ‘너는 나처럼 부끄럽지 않게, 남들 돕고 인정받으면서 살라’고 하셨다”며 아버지의 유언을 전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이 아파트에서 대피한 주민은 95명에 달했고 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파트 주민 최모 씨(61)는 “젊은 총각이 ‘불났어요. 빨리 나오세요’라고 해서 위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웠다”고 동아일보에 말했다.
이곳에서 8년 넘게 근무한 아파트 관리인은 “전체 150가구 중 100가구 넘게 고령자와 장애인이 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준공된 지 30년 넘은 이 아파트는 당시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라 주택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서울 강서소방서 등에 따르면 화재는 7시49분경 완전히 꺼졌고,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14층 주택 거주자는 “담뱃불을 붙이다가 불이 살충제에 옮겨붙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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