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총선을 80일 앞두고 ‘본체’ 윤석열과 ‘아바타’ 한동훈 간의 권력투쟁인가.
비대위원장 된 지 한달이 채 안 되는 한동훈이 ‘김건희 명품백’ 사안으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심기를 건드려 사퇴 요구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선일보 등 여러 매체들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한동훈을 만나 ‘우려’를 전달했다(혹은 사퇴 요구)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윤 대통령이 한동훈에 대한 기대와 신뢰 철회했다”라며 윤석열과 한동훈의 관계가 사실상 파경을 맞았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미 금이 간 거울은 다시 사용하기는 어렵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한동훈은 곧장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있었음을 공개적으로 확인해준 것이다. 한동훈이 이런 답변을 내놓은 것은 여론을 등에 업어 대통령실에 맞서겠다는 정치적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은 지난 17일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김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후보로 전략공천까지 해준 데 이어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얼마간 동조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김건희 명품백’ 논란의 핵심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는 ‘한몸’이었던 윤석열과 한동훈 간에 틈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순전히 자신의 권력으로 키운 ‘황태자’ 한동훈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것도 사실상 윤 대통령이 만들어준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키워줬다고 머리 굵은 자식이 부모 말 듣나. 다 만들어줬다고 해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는 지난 당대표 선출 과정(대통령실의 나경원 안철수 공격)과 김기현 사퇴 과정에서 불거졌던 것처럼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을 다시 한번 부를 수 있다. 법률 위반의 문제가 된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비대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것은 ‘김건희 명품백’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한동훈이 공천 시스템을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게 한동훈이 공천을 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동훈이 이번 총선 공천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쓰고 있다”며 “이른바 (한동훈에 대한) 기대와 신뢰 철회 논란과 관련해서 이 문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주말 밤에 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냐“며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전 대표)을 내쫓고 직속 부하 한동훈을 내리꽂은 지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또 개싸움이냐“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80일 남은 총선은 어떻게 치르려고 이러는 건가. 검사들이 한다는 정치의 수준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주말밤 막장 드라마’는 두 가지 비밀을 확인해준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대통령실 측근들과 여당의원들에게 김건희 여사는 ‘불가침 성역’인 게 틀림없다. 세간에는 현 정권의 실제 권력서열은 1위 김건희, 2위 윤석열, 3위 한동훈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둘째,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조국–추미애와 붙어서 대통령이 된 걸 지켜본 한동훈이 왜 그 길을 따라가지 못하겠느냐는 거다. 한동훈이 사퇴하지 않고 지금 같은 스탠스를 계속 취하면 결국 패자는 윤석열이 될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