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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1일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였다.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회담 장소에 정장 차림 12명의 경호요원들이 검은 리무진 차량 ‘학익진’(학이 날개를 펼친) 형태로 둘러싸고 입장하면서 갑자기 카메라 셔터가 빗발쳤다. 차량 안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타기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신형 모델인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 순수 차량 가격만 3억 원 안팎이다. 세계 최고 수준 의전차량으로 연간 8~10대만 제작된다. 수류탄 공격에도 끄떡없는 방탄차로 화학가스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돼 산소공급장치도 갖춰져 있다.
사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북 수출이 금지된 상황이라 김정은 벤츠는 국제 감시망을 뚫고 밀수한 사치품에 해당한다. 미국 민간단체인 선진국방연구센터에 따르면 김정은 벤츠의 수입 경로를 추적하면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등을 거치는 국제화물 세탁망이 동원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 본사는 최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벤츠는 15년 넘게 북한과 거래 관계가 없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금수 조치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며 “북한으로의 차량 인도를 방지하기 위해 포괄적인 수출 통제 프로세스도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삼자의 차량 판매, 특히 중고차 판매는 당사의 통제와 책임 밖에 있는 일로 차량식별번호를 확인할 수 없어 구체적인 추적도 불가능하다”며 “해당 차량이 어떻게 북한 정부에 의해 사용됐는지 알 수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왜 이렇게까지 복잡한 환적을 통해 고가 차량을 반입하는 것일까. 북한 고위직 출신 한 탈북자는 김정은이 자동차광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이 수집해 놓은 고급 차량이 벤츠 외에 롤스로이스 팬텀 등 100여 대에 이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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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정은이 전용 벤츠를 마이바흐S650으로 교체했는지 새 전용차로 추정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타고 등장해 또다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모습은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방영한 기록영화 ‘위대한 전환, 승리와 변혁의 2023년’에 나온다. 김 위원장은 검은색 SUV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우측 뒷좌석 문에 ‘국무위원장’ 마크가 새겨진 것으로 보아 새로운 전용차로 추정된다.
이 차량은 벤츠가 생산하는 SUV 중 최고급인 GLS에 벤츠 상위급 브랜드인 마이바흐 라벨을 달고 출시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격은 2억600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김정은은 현지지도시에도 벤츠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고 흔치 않은 해외 방문 시에도 전용열차에 벤츠를 싣고 갈 정도로 ‘벤츠 애호가’다. 지난해 9월 러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정은은 전용열차에 벤츠를 싣고 갔다. 당시 그 벤츠엔 마이바흐 마크도 없었고 S560이라고 적혀 있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8일 전국어머니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을 당시엔 최소 3억 원에 달하는 ‘마이바흐 S클래스 1세대 세단’을 탔다. 이어 같은 달 2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계자들을 격려할 때는 ‘마이바흐 S클래스 리무진’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점으로 미뤄 한 달 내에 새 차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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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북한 최고위급 간부들도 남다른 ‘벤츠 사랑’을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때는 내각총리 김덕훈, 당 조직비서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가 각각 벤츠 S클래스를 타고 회의장에 도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김덕훈이 탑승한 8세대 S클래스 리무진이 진입로를 따라 천천히 나타났고, 김덕훈은 우측 뒷자리 귀빈석에서 차 문을 열어주는 군인의 에스코트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9세대 S클래스 일반 세단으로 추정되는 차에서 조용원이 내렸고, 최룡해는 8세대 S클래스 일반 세단에서 하차했다.
조용원과 최룡해는 운전석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등 소위 ‘백두혈통’을 제외하면 북한 최고위층을 구성하는 그들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룡해는 내려서 걸음을 옮기다가 돌아서며 리모컨 키의 잠금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감히 노동당 청사 안마당에서 ‘국회의장’ 격인 그의 차를 건드릴 사람이 없을 북한에서는 다소 생경한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간부들의 S클래스가 줄줄이 세워진 주차 구역에는 S클래스의 고급화 모델에 해당하는 ‘마이바흐 S클래스’’ 중에서도 최신형인 2세대 차 1대도 자리를 잡았다. 김 위원장 차로 추정된다.
이처럼 10분가량의 보도 영상에서 생산 시점이 각기 다른 S클래스가 최소 4대 등장하며, 북한 수뇌부의 ‘벤츠 사랑’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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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북한 주민들은 극심해진 식량난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어 대조적이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6일 서울발 기사에서 지난 5월 일가족과 함께 어선을 타고 서해로 탈북한 30대 김 모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북한의 상황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 따르면 북에서 암시장에 물건을 내다 파는 일을 했다는 김씨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삶이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4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농부 2명이 아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는 이웃 동네의 한 노부부가 굶어 죽었는데 쥐가 시신 일부를 갉아먹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도 전했다.
BBC는 인터뷰기사 끝부분에 김씨가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별도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세부 사항은 다른 소식통들의 전언과 최근 북한 상황에 대한 국제기구 보고서 등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정은 벤츠의 수입 경로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는 2019년 7월 보도에서 “김정은이 쓸 벤츠 등 승용차를 실은 컨테이너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출발해 중국 다롄과 일본 오사카, 한국의 부산항, 러시아 나홋카까지 선박으로 이동한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화물기를 이용해 최종 반입됐다”고 경로 추적 결과를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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