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지난 몇년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자본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과거 황금알을 낳았던 증권사들의 투자은행(IB)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IB부문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인 증권형토큰(STO) 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최근 증권사들이 토큰증권발행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유통 플랫폼 구축, 우량 자산 확보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조각투자를 위한 ‘신종증권 시장’이 개설될 예정인 만큼 STO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치호 내외경제TV 연구위원은 “STO는 일부 법체제 미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사실상 사업개시를 허가해 준 상태”라면서 “한국거래소가 시스템만 구축하면 바로 증권사 캐시카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개화 앞둔 STO, 자본시장 안착에 운영규정·시스템 개발 박차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조각투자 방식 KRX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 개설 신청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받고, 거래소는 오는 4월 목표로 시장 운영 규정 및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작년 2월 토큰 증권(ST·Security Token)의 발행·유통을 허용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자본시장 내 건전하고, 투명한 토큰 증권 안착을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조각투자 방식의 신종증권은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고가 미술품이나 저작권, 부동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토큰증권(ST)은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의 지분을 작게 나눈 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Token, 특정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가상자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이자·배당 등 미래의 수익, 실물 자산 등에 대한 지분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토큰증권을 발행·유통하는 것을 STO라고 한다.
거래소는 조각투자 신종증권 상장 및 심사, 승인, 매매거래 등의 업무를 관장하고, 증권사는 매매거래를 중개함으로써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투자자는 기존 증권사 계좌를 통해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조각투자 신종증권 매매에 참여할 수 있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조각투자 시장이 급속도로 자본시장에 안착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증권사들의 STO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확대되고 있다.
◇ 증권사 새로운 STO 플랫폼 구축…합종연횡 활발
특히 증권사들은 토큰증권을 장외 시장에서 발행·유통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증권사는 STO 발생과 거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동해 수익창출에 나설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알파경제에 “‘토큰 증권 발행‧유통’의 자본시장법 편입에 따른 토큰 증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업간 협의체 ‘STO 비전그룹’을 지난해 구성했다”면서 “당시 ‘STO 비전그룹’에는 ▲증권사(NH투자증권) ▲조각투자사업자(투게더아트*미술품, 트레져러*명품/수집품, 그리너리*ESG탄소배출권) ▲비상장주식중개업자(서울거래비상장) ▲블록체인 기술기업(블록오디세이, 파라메타(舊아이콘루프)) ▲기초자산 실물평가사 (한국기업평가) 등 각 영역별 대표기업 8개사가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금융사(케이뱅크) ▲조각투자사업자(펀블, 아이디어허브) 등이 추가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면서 “‘STO 비전그룹’은 NH투자증권을 중심으로 미래 사업기회가 존재하는 기업들이 실무 논의를 위해 협의체를 구성한 것으로 토큰증권 활용 확대를 위한 포괄적 사업 기회를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특히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과 함께 토큰증권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토큰증권 증권사 컨소시엄 구성’ 전반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면서 “3사는 토큰증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형 증권사가 모인 공동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데 그 뜻을 함께했으며, 공동 인프라 구축을 넘어 전략적 사업모델 발굴까지 협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증권 역시 “토큰증권(ST, Security Token)관련 사업자 및 기술회사 등과 함께 사업 협력체인 ‘ST 오너스(ST Owners)’를 구성하고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토큰 증권의 발행, 유통 등과 관련된 사업자로 구성됐고, 향후 서비스가 출시되면 소비자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요 사업자로는 서울옥션블루(미술품), 펀더풀(공연,전시), 하이카이브(블록체인플랫폼) 등 22개사가 ‘ST 오너스’에 참여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대형 증권사가 토큰증권 분야에서 협업하는 최초 사례로 자본시장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토큰증권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현재 STO 관련 스터디 중이며, 작년 여름 SK증권, 우리은행 등과 업무 협약을 맺고 준비 중”이라면서 “다만, 아직 관련 명확한 법안이나, 규정이 나온게 없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맞춰 방향성을 잡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사실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신한투자증권은 관련 플랫폼이 작년 기능 검증을 마친 상태로, NH, KB 등과 함께 컨설팅 구성과 관련된 표준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컨소시엄 구성 관련 회사들과 함께 준비했고, 출시가 거의 임박했다”면서 “현재는 세부 기능적인 작동은 이미 마쳤고, 소싱까지 되면 아마 서비스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업비트 등 가상자산거래소 반발…증권사와 직접 경쟁 불가피
증권사들의 STO 시장 본격 진출과 관련, 기존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실제 STO 허용 소식 직후 기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던 증권 성격을 가진 토큰들이 상장 폐지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STO를 증권사에 허용키로 한 결정하면서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은 상태”라면서 “거래소가 관련 거래 시스템을 완비하기 전까지 시장 선점 총력전이 불가피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STO에 대한 시장성을 가상자산 시장이나 증권업계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수백억원을 쏟아부은 1위 업비트 거래시스템에 대한 노하우 공유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우기훈 뮤레파코리아 수석파트너는 “STO가 본격화되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등과 증권사들이 혈투를 벌이게 될 공산이 크다”면서 “결국은 가상자산이 제도권 아래서 본격규제를 받게 되는 시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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