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 익사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사건이 치밀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범죄였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며 지시자가 구속됐다.
17일 창원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2시 10분께 경남 거제 옥포항 수변공원에서 한 남성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단순 변사사건으로 종결될 뻔한 이 사건은 숨진 남성의 일행과 피의자의 행동에 의문을 품은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전말이 밝혀졌다.
피의자 40대 A씨와 사망한 B씨(50), C씨(50대)의 관계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A씨는 자신이 과거 조직폭력배였다며 B씨와 C씨에게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시 조직을 동원해 보복하겠다며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B씨가 사망하기 하루 전날에는 피해자들이 도망갈 수 없게 신체적 자유를 억압한 뒤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하고 잠을 재우지 않았다. 사망 당일까지 피해자들이 마신 술은 소주 22병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건 당일 옥포수변공원에서 피해자들에게 수영을 지시했고 머뭇거리는 C씨를 재촉했다. 파도에 휩쓸린 B씨는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다.
수사 결과 B씨와 C씨는 매달 국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로 A씨의 가혹행위가 이어지면서 육체적·정신적으로 항거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C씨는 연중 한 벌의 옷만 입고 매 끼니를 걱정하는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으며 숨진 B씨도 차비가 없어 걸어 다녔고 식사를 못 해 체중이 18㎏가량 줄어드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2021년부터 C씨에게 현금을 갈취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4월 피해자들의 기초생활수급비 1300만 원을 빼앗았다. 또 건강 문제로 일을 하기 힘든 피해자들에게 일용직 노동을 하게 했으며 수입 230만 원은 자신의 모친 계좌로 송금하도록 강요했다.
|
이 밖에도 A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수시로 확인하고 5시간이 떨어진 거리를 걸어오도록 시키기도 한 것이 드러났다.
창원해경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의지할 곳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벼랑 끝에 몰아넣은 중대한 인권침해 범죄”라며 “피해자 보복범죄 방지와 조속한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지난해 12월 A씨를 구속송치했으며 검찰은 지난 12일 A씨를 과실치사,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도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피해 지원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A씨의 죄책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