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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위원 해촉에 사무처 압수수색…‘파국’ 치닫는 방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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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 16층 방심위 민원상담팀 앞. 김준희 언론노조 방통심의위 지부장이 취재진에 노조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재령 기자
▲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 16층 방심위 민원상담팀 앞. 김준희 언론노조 방통심의위 지부장이 취재진에 노조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재령 기자
▲ 수사관들과 실랑이 벌이고 있는 방통심의위 직원들. 사진=박재령 기자
▲ 수사관들과 실랑이 벌이고 있는 방통심의위 직원들. 사진=박재령 기자

이른바 ‘가짜뉴스 대응’에 주력하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위원장의 ‘민원신청 사주’ 의혹으로 전례 없는 혼돈을 맞고 있다.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야권 추천 위원들을 상대로는 해촉 건의가 의결됐고 의혹 관련 안건이 상정될 때마다 회의는 파행됐다. 방심위원장의 아들, 동생, 조카, 처제까지 등장한 민원의 경위는 아직 ‘미궁’이지만 경찰은 민원인 정보 유출을 이유로 방통심의위 직원들을 먼저 압수 수색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 위치한 방통심의위 사무실에 수사 인력 10여명을 보내 6시간가량 압수 수색했다. 민원 열람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는 16층 민원상담팀과 서버 관리 등 전산 총괄을 맡고 있는 19층 운영지원팀이 대상이었다. 경찰은 ‘위원장’과 ‘뉴스타파’를 키워드로 검색한 자료도 확인했다. 압수품이 정확히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엔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달 27일 ‘민원신청 사주’ 의혹보도 이후 류희림 위원장이 ‘개인정보유출은 중대 범죄 행위’라며 수사를 의뢰해 벌어진 강제수사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 지부장은 “위원장 가족과 지인으로 추정되는 민원인들의 민원 내용을 열람한 직원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보인다”며 ‘공익제보자 색출’을 우려했다. 

▲ 경찰 수사관들이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 수사관들이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직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민원상담팀 등을 압수수색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준비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청부심의 정치심의 류희림 위원장을 압수수색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윤유경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준비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청부심의 정치심의 류희림 위원장을 압수수색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윤유경 기자.

정작 위원장 본인에 대한 수사 경과는 나오지 않아 ‘선택적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공익제보자는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방통심의위에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윤성옥 심의위원은 지난 15일 “압수수색을 받아야 할 사람은 류희림 위원장”이라며 “선택적 압수수색이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헌법 가치이고 정의인가”라고 되물었다.

전례 없는 상황에 언론노조는 “양심의 손가락이 류희림 위원장의 위법 행위를 지적했더니 그 손가락을 부러트리겠다는 협박”이라고 비판했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경찰의 압수수색은) 공익신고를 기밀 유출로, 공익신고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려는 전형적 보복 수사”라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은 범죄자 류 위원장을 해촉하고, 그의 낯부끄러운 범죄행위를 낱낱이 조사해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야권 추천 위원 2인에 대한 해촉 건의가 의결돼 여야 4대1 구조를 앞둔 상황도 전례 없는 일이다. 지난 12일 여권 추천 위원들 요구로 열린 임시 전체회의에서 옥시찬·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에 대한 해촉 건의가 의결됐다.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면 여권 추천 위원(류희림·황성욱·김우석·허연회)이 야권 추천 위원(윤성옥) 수를 압도하게 된다. MBC와 KBS 등에 ‘과징금’ 결정을 내렸던 방송심의소위원회엔 야권 추천 위원이 1명도 안 남는 상황까지 예고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마치고 입장 발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진, 윤성옥, 옥시찬 위원. ⓒ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마치고 입장 발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진, 윤성옥, 옥시찬 위원. ⓒ연합뉴스

김유진 위원은 16일 미디어오늘에 “해촉이 결정되면 부당성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문제 제기하는 것이 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류희림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없다. 공익신고자 색출 행위에 대한 법적, 도덕적 책임도 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해촉을 재가한다면 최근 6개월간 야권 추천 위원만 5명 연속 해촉되는 상황이벌어지게 된다. 지난해 8월 정연주 위원장(문재인 대통령 추천)과 이광복 부위원장(국회의장 추천)이 해촉됐고 지난해 9월엔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이 해촉됐다. 옥시찬·김유진 위원이 대통령 추천 몫이라 윤 대통령은 자신의 몫으로 보궐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원 사주’ 의혹이 올라올 때마다 회의가 ‘파행’되는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야권 위원 해촉 건의를 의결한 것도 의혹에 대한 비판 발언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의혹 관련 안건이 상정된 지난 3일 전체 회의에 불참해 회의를 무산시켰고 지난 8일 전체 회의에선 회의를 두 차례 정회한 후 위원장이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옥시찬·김유진 위원에 대한 대통령 해촉 재가가 나오지 않아 정상 참석이 가능하자 16일로 예정돼 있던 정기회의도 불참해 무산 시켜버렸다.

이런 가운데 언론계도 대응에 나섰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16일 방통심의위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압수수색을 하러 갔으면 류희림과 위원장실을 뒤져야지 왜 직원들을 괴롭히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법석을 피우나”라며 경찰을 비판했다.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준)은 오는 17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류희림 위원장을 업무방해,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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