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해병대 수사관과 경찰이 나눈 통화 녹취록이 드러났다.
16일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기록을 경찰로부터 회수해간 지난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담당 팀장이 나눈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통화는 수사기록이 군으로 넘어간 지 약 1시간 뒤인 오후 8시 15분 진행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해병대수사단 제1광역수사대 소속 A수사관은 경북경찰청 형사과 강력수사대 B팀장에게 “오늘 저희가 사건을 정확하게 인계를 드렸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B팀장은 “예”라고 답했다.
A수사관은 “정확하게 ‘사건 인계서 공문까지 편철을 해서 인계를 드립니다’ 하고 왔는데, (경북청에서) 인계받은 게 아니고 자료를 제공받은 정도로만 입장을 표명한 사유가 궁금해 연락을 드렸다”고 했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이후 줄곧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정식 이첩 전에 증거자료를 가져간 것이지 사건 회수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녹취록은 이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B팀장은 “저희들도 지휘부에 검토 중”이라면서 “저희 대장님도 헌병대장님한테 전화를 받았다. 그런 사정이 있어 차후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에 대해 “경찰 지휘부가 이첩 기록 탈취 이후에 이첩 과정과 검토를 하고 있었다”면서 “해병대수사단이 오전에 넘겨준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에 내주는 것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검토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단 정당하게 이첩절차를 밟은 기록을 통째로 국방부 검찰단에 넘겨주고 그 행위를 정당화할 명분을 찾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A수사관은 당시 통화에서 “아까도 저희가 말씀을 드렸지만, 이런 외압적인 부분에서 ‘그 청(대통령실)에서 분명 외압이 들어올 거다’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수사단은 당일 오전 10시 30분 사건 기록을 이첩하면서 경찰 측과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는데, 이때 수사 관련 외압이 있다고 알렸다는 것이다.
A수사관은 다시 전화를 걸어 “저희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압수수색 당하고 있다. 사람이 죽었다. 왜 경북청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십니까”라고 호소했다. 이어 “(채 상병) 부모님 앞에서 맹세했다. 맹세코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했다”고 말하자 B팀장은 “알겠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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