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땡전 한 푼도 없어 고등학교도 못 다니게 된 10대 남자 청소년이 서울 도심 길바닥에서 구직 도움을 요청하는 팻말을 드는 간절함으로 엄동설한에 일자리를 구했다. 100년 전 미국 대공황이나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에나 볼 수 있었던 눈물겨운 풍경이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재연된 것이다.
지난 13일에서 14일로 넘어가는 자정 시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한 회원이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A4 용지에 삐뚤삐뚤한 글씨로 청소년 A군의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
“저는 미성년자이지만 집이 가난해 고등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번번이 실패해 이렇게 길바닥에서 피켓(정확히는 팻말)을 들게 됐습니다”
A군은 “이제 부모 통장도 바닥나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라며 “내일(14일) 이거 들고 거리 활보할 거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정확히 16시간 뒤인 14일 오후 4시경 A군은 취업 성공기를 올렸다. (본인 표현대로라면 일자리 구걸 성공)
그는 “A4 종이를 등 뒤에 붙이고 서울 한복판을 돌아다녔다”며 “사람들이 자기 살기 바쁘다 보니 나 도와줄 시간이 없어보였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포기하고 집에 가려는데 정장 입은 젊은 남성이 나를 멈춰 세우더니 밥 사주겠다고 패스트푸드점에 데려갔다”며 “햄버거 먹으면서 내 상황을 설명하니 자기 형 일하는 곳 들어가지 않겠냐고 제의하더라”고 말을 이었다.
절박한 A군은 당연히 수락했고, 남성은 잠시 밖에서 통화하고 오더니 A군에게 본인 명함과 자기 형 전화번호를 건넸다.
A군은 바로 연락을 시도했고, 대상 업체가 기피 업종이라는 건 알았지만 따질 처지가 아니어서 바로 일하기로 했다.
A군은 구한 일자리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전기 공사의 미숙련공으로 추정된다. 사업장은 충남 아산에 있었다.
업무 시간은 평일 오전 8시부터 5시30분까지이며, 식대 포함 일당은 16만원이었다.근무는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며, 숙소도 제공된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학생인데 대단하네”,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사람이 간절하면 뭔가 얻게 된다”, “저기서 기술 배우고 더 좋은 기회 찾아라”, “아무것도 안 하는 백수들보다 백배 낫다”, “실행력 멋지다. 배울 점 많네” 등 격려 메시지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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