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이선균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유력 신문이 “한국에서 공인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14일(현지시간) ‘이선균의 죽음 이후, 한국 영화계가 언론과 경찰의 압박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후 억울함을 호소했고,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경찰 조사 때마다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됐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이어 신문은 “이선균의 죽음을 계기로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고인의 이름으로 예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면서 “이 죽음은 많은 이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한국 사회에서 이선균 사건과 같은 일이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고 봤다. 신문은 지난해 가수 문빈과 가수 해수, 2020년 박원순 서울시장, 그보다 11년 앞선 해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전하면서 “이런 축적은 한국 사회와 유명인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 영화사 등을 가르치는 앙투안 코폴라 교수는 리베라시옹에 “프랑스인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공인은 오래전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다”면서 “공적인 것은 모두 사회 도그마(독단적 신념·교리·학설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교도주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공인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또 신문은 코폴라 교수의 설명으로 미루어 볼 때 마약 복용 혐의와 유흥주점 출입으로 조사받은 이선균이 겪은 불명예가 어느 정도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선균을 비롯해 많은 영화인의 경력이 도덕성을 재단하는 것에서 산산조각이 났다”고 지적하며 대표적 예로 배우 김민희를 언급했다.
신문은 김민희에 대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이후 금전적 손해를 입고 홍 감독의 영화에만 출연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선균은 투약 혐의를 부인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23일까지 세 차례 경찰 조사가 이어졌고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문화예술인연대회의(연대회의)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이선균이 출연한 영화 기생충을 작업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찰의 이선균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언론에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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