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도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김건희 여사의 모습도 사라졌다며 대통령이 국민앞에 당당히 나서 국민의 비판과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정치부장은 기자회견이 민주국가 지도자의 책무라며 대통령이 취재진을 멀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쓴소리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에서 “1월의 절반이 지났는데, 아직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도 열리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께 한해의 국정운영을 설명하고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것은 대통령의 대한 의무이자 국민의 알 권리”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올해는 잘 짜여진 각본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사라지는 행사만 소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가 공개 장소에서 보이지 않은 것을 두고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본인사진으로 도배했던 김건희 여사도 한 달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부부가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선거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홍 원내대표는 “임기 2년도 안됐는데 지지율 30%인 대통령과 주가조작 등 범죄 의혹을 받는 대통령 부인이 지탄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대통령 부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총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고, 일리있는 판단인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여당 스스로 만든 대통령을 사실상 유폐하고 식물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홍 원내대표는 “이 와중에 한동훈 위원장은 전국을 다니면서 사실상 한동훈 대통령이 신년인사를 하고 다니는 것같이 활동하고 있다”며 “세간에서는 지금 이 모습 때문에 대통령이 누구인지 헛갈린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풍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 비대위원장의 정치개혁안 제안 등에 대해 좋은 행보라면서도 “한 위원장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옳은 소리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에 쓴소리하는 여당 대표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정치부장도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미개최 분위기를 비판했다. 최민우 중앙일보 정치부장은 16일자 칼럼 <[최민우의 시시각각] 신년 기자회견 취소 유감(遺憾)>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도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15일 전언”이라고 썼다.
최 부장은 기자회견 개최 취소설의 배경을 두고 “김건희 여사 관련 답변이 명확하지 않거나 궁색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김 여사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따갑기에 국민적 반감을 누그러뜨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디올백 의혹’에 대한 진솔한 사과나 후속 조치 등의 입장을 밝힐 경우를 두고 최 부장은 “이럴 경우 ‘몰카 공작’에 면죄부를 줄 수 있고, 1년 국정 운영에 관한 방향을 알려야 할 신년 회견이 김 여사 의혹으로만 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대통령실로선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최 부장은 또 다른 배경으로 총선과의 연계성을 들어 “‘한동훈 비대위’ 출범 이후 여권은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고 진단하고 있다”며 “이런 국면에서 굳이 신년 회견을 열어 ‘김건희 리스크’를 재점화할 필요가 있냐고 여길 수 있다”고 썼다.
최 부장은 “윤 대통령의 ‘언론 패싱’이 이번 한 번뿐이던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에도 윤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중계된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62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앞서 민생토론회에서 “공매도 계속 금지”(4일), “재건축 규제 완화”(10일) 등 화려한 정책을 쏟아낸 점을 들어 최민우 부장은 “다만 어디에도 많은 이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2년 전 당선 당일(2022년 3월 10일)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최 부장은 “빈말처럼 들리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어떤가”라고 되물었다. 최 부장은 “취임 2년이 다 돼 가지만 공식 기자회견은 한 번밖에 없었다”며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 흔하게 열리던 기내 간담회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최 부장은 “대통령 말처럼 ‘언론 지형이 편향’됐고 ‘가짜뉴스가 범람’한다 해도 취재진을 그저 멀리하는 게 해결책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엄연히 기자회견은 민주국가 지도자의 책무”라고 쓴소리했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신년 기자회견 개최 계획과 일정, 방식을 묻는 질문에 “지금 질문하신 사안을 비롯해서 현안들이 있고, 여러분이 궁금하신 사안이 있을 텐데, 저희가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결정되면 여러분께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