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선균씨의 사망과 관련해 혐의의 직접 증거로 보기 어려운 대화 녹취록을 보도한 KBS 보도가 논란이다. 정치권에서는 KBS가 이선균씨 죽음에 정말 책임이 없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KBS는 지난해 11월24일자 <뉴스9> ‘단독 “이선균, 5차례 투약” “허위 주장”’ 리포트에서 이씨와 유흥업소 실장 A씨와 대화 녹취록을 보도했다. 보도된 대화 내용은 이씨가 마약을 했다는 상황을 드러내주거나 직접 증거를 폭로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다만 A씨가 “옆에서 대마초 폈을 때 나는 안폈다”고 말하는 대목이 짧게 나온다. KBS는 A씨가 경찰조사에서 이씨가 마약 투약을 한 구체적인 정황까지 진술했다면서도 경찰이 직접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KBS는 이씨측이 A씨의 진술을 “사실이 아닌 악의적 비방”이고 “허위주장”이라고 밝혔다고도 보도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KBS 보도를 두고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며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KBS는 현재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KBS는 지난 12일 문화예술인들의 문제제기 삭제요구에 별도로 내놓은 입장문에서 지난해 11월24일 ‘고 이선균씨 마약 투약 혐의’ 보도를 두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은 최대한 절제된 것”이라며 “사용된 녹취는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관련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기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음을 밝힌다”고 밝혔다. KBS는 “아울러 관련 보도 시점은 고인이 사망하기 한 달여 전으로 이를 고인의 사망 배경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이 입장을 12일 KBS <뉴스9> 리포트에서도 방송했다.
이에 야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KBS 책임론이 나왔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영방송이 점점 추락 중이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강화한다면서 사장 바꾸고 정치프로나 뉴스 진행자 바꾸고 한 거 아니었나”라며 “그렇게 권력은 보호한다고 난리치면서 왜 영화배우는 증거도 없는데 협박범 진술만으로 온갖 망신을 주었는가”라고 따졌다. 이 전 의원은 “어찌 KBS가 책임이 없단 말인가”라며 “당장 사과하고 잘못된 보도를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의원은 방통위나 검찰을 두고 “무리한 경찰수사나 보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라며 “김건희 여사나 대통령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그리 난리를 치며 옹호하고 보도한 방송사를 압수수색하고 난리치면서 왜 KBS의 이런 저질보도나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느냐”고 반문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 과정에서 KBS는 범죄와 연관성이 없는 당사자들의 통화 녹취 파일을 보도”했다면서 “이선균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협박범들의 일방적인 주장과 진술에만 근거한 선정적인 보도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이날 회의에서 “박민 사장이 취임하면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재확립해야 한다며 국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편견 없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11월24일, KBS는 같은 달 초, 음성 판정을 받았던 때임에도 정규 뉴스 시간까지 할애해서 유흥업소 실장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국가 중대사와 재난 상황 등을 보도해야 할 KBS 공영방송이 9시 뉴스에서까지 단독 취재 내용이라고까지 해야 할 시급성과 중대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해당 보도를 삭제해달라는 문화예술인들의 문제 지적이 있음에도 삭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망 한 달 전 보도여서 무관하다는 게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 “왜 침묵으로 일관하느냐”며 “언론 보도만 나오면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얘기했던 정당 아니냐. 지금이라도 당장 과방위 긴급회의를 개최해서 KBS의 잘못을 지적하고 가짜뉴스를 유포한 이들을 엄단해 황색 저널리즘에 허우적대는 현 상황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해당 보도를 한 윤아림 KBS 기자는 15일 오후 이언주 전 의원과 홍익표 원내대표, 고민정 의원 등의 위와 같은 비판 목소리에 대한 견해를 묻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전화통화 및 보내온 문자메시지 답변을 통해 “관련 문의는 회사 홍보실에서 답변하는 것으로 창구가 일원화됐으니 홍보실로 문의하라”고 답했고, 박희봉 KBS 사회부 팀장은 SNS메신저를 통해 “해당 사안은 홍보실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미디어오늘은 KBS 대외협력국장을 비롯해 홍보실(커뮤니케이션부) 담당자들에게 동일한 질의를 여라차례 했으나 15일 저녁 7시 현재 답변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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