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의 현 집권당인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 우려 속에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관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국내 주요 종합일간지(조간)는 1면 등에서 관련 소식의 의미와 전망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친미성향의 라이칭더 민주 진보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계기로 대만을 둘러싼 미 중 신경전이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이는 고스란히 한국의 외교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미국 · 일본에 밀착해 ‘가치외교’를 기치로 내걸며 한-중 관계 관리엔 상대적으로 소홀해온 한국 정부가 더 큰 외교적 부담을 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라이 후보 당선으로 역내 질서가‘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 구도로 심화할 경우, 북한을 등진 한국의 외교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대만 기업들의 영향력이 줄어들어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며 “다만 한국 기업도 미중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고, 한국 기업들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대만 기업의 존재감이 작아 한국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만 선거 결과를 둘러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시각차가 눈에 띈다. 이날 조선일보의 경우 <대만은 “전쟁할 거냐”는 중국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다> 제목의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중국의 압박 속에 “대만인은 ‘주권이 없는 평화는 홍콩과 같은 거짓 평화’라고 외친 라이칭더 후보를 선택했다”고 전하더니 “석 달도 남지 않은 4· 10 총선에 개입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처럼 ‘전쟁이냐 평화냐’ 가 총선의 주요 의제가 되도록 몰아가고 있다. 이런 북한의 협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고 화답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강 대 강’ 일변도로만 한반도 비핵 평화 가능한가>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보복한다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단호한 입장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국민의 불안감에 유념한 상황 관리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며 “지금처럼 대통령실을 비롯해 모든 관련 부처가 국방장관처럼 ‘강 대 강’ 목소리만 낸다면 국지 충돌이나 분쟁 가능성 역시 높아져 갈 뿐”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극단의 언어’는 가장 비 외교적”이라며 “침묵의 외교부는 비핵· 평화를 위한 창의적 정책 유연성을 적극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저출생 사회 우려와 단면들
출생아가 급감하면서 최근 4년간 해마다 2000곳씩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경향신문은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국 어린이 집은 총 2만 8954곳으로 2022년 12월(3만 923곳)보다 1969곳 줄었다”며 “4년간 어린이집 6398곳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 집을 찾기 어려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보육수요와 공급 등 지역의 특수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올해 총 540곳의 국공립 어린이 집을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의 비율은 2020년 20.3%에서 매해 늘어 지난해 28.3%로 올랐고, 최근 0~2세 영아반 원아 모집난에 민간 가정 어린이집이 영아반 폐지 또는 폐원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안용현 조선일보 사회정책부장은 <[태평로] 월나라 구천이 쓸개 핥으며 고민한 ‘저출생’>에서 “세계 최악인 저 출생 원인은 모두가 안다. 과도한 주거비와 사교육비가 대표적이다. 지금 부산 신공항을 짓는 데 14조원을 쓴다. 대구~ 광주를 잇는 ‘달빛 철도’ 건설엔 9조원이 든다. 지난해 다 못 쓴 교육재정교부금만 7조 5000억원이다. 이것만 더 해도 30조원”이라며 “작년 출생 신고 건수가 증가한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중 충북이 유일했는데, 출생아 1인당 1000만원을 5년간 나눠준다는 ‘현금 정책’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많다”고 했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양성희의 시시각각] 극저출생, 초고령화 시대>에서 “ ‘극저출생 초고령화’라는 전대미문의 길이 우리 앞에 열린 상황이다. 인구 1억 2200만 명, 합계 출산율 1.26명(2022년)인 일본도 비상한 위기 의식 속에 인구 8000만 명 사수를 목표로 국가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며 “아이를 낳으면 사회가 함께 길러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아이가 살아갈 만한 사회를 만드는 것. 고령화를 버티는 사회 디자인을 새로 짜는 것. 범국가적 총력전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우리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치의 계절이라지만 눈앞의 정치 싸움뿐 이쪽 저쪽 답이 요원해 보인다”고 했다.
중독 조장하는 빅테크 기업, 사회적 책임은
한겨레가 지난 한 달간 스마트폰 중독을 주제로 인터뷰한 90명 중 39명이 쇼츠 등 영상 시청을 중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겨레는 1, 8, 9면 등에 이어진 ‘도파민 인류’ 기획에서 SNS, OTT, 게임, 은행까지 ‘중독’을 조장하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의 게임화 문제를 다뤘다. 중독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한 책 ‘호모 아딕투스’ 저자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 교수는 한겨레에 “스타트업들이 투자받기 위해 기업설명회를 할 때 ‘중독’이라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쓰는 분도 있다”며 “중독성이 곧 사업성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어진 기사에서 한겨레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독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는 등 관련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41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해 10월24일 캘리포니아 지방법원과 연방법원에 메타 플랫폼스를 고소하며, 무한 스크롤 기능와 ‘좋아요’ 기능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시애틀 교육구의 경우 메타 플랫폼스를 포함한 구글 모회사 알파,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스냅 등 소셜미디어가 미성년자들을 중독시켜 정신 건강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플랫폼 중독성을 줄이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채택했고 이를 입법화할 계획이다.
방통심의위, MBC ‘바이든-날리면’ 판결 등 우려
경향신문이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 정책 기구의 운영, 언론자유 탄압 우려 등을 조명했다.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지난 12일 야권 추천인 김유진, 옥시찬 위원 해촉안을 의결하면서 당분간 압도적 여권 우위 상태에서 운영될 전망이다. 방통심의위원회는 대통령 3인,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 협의 3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3인 등 추천으로 구성되며, 2008년 이후 여야 6대3 구도가 유지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해임된 야권 위원의 빈 자리는 윤 대통령이 위촉하지 않아 공석으로 남아 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이 신문에 “(국회의장이) 헌법재판소에 권한 쟁의 심판 청구를 통해 부작위에 의한 권한 침해를 다투어(위원 공백) 사태를 빨리 종료할 방법이 있는데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신문엔 야권 위원들 인터뷰 기사가 함께 게재됐다.
경향신문이 MBC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를 정정해야 한다는 12일 1심 판결에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적대적 언론관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크다”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재판부는 ‘바이든은’ 인지 ‘날리면’ 인지에 대해서는 감정인이 판독 불가 라고 하는 등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제했다”며 “백번 양보해 대통령실의 주장을 실어주는 반론보도 라면 모를까 MBC에 정정보도를 주문한 것은 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 날리면으로 시작된 윤 정부의 적대적 언론관이 언론사에 대한 형사고발, 검찰의 언론인 대상 강제수사 등으로 일상화하고 있는 것은 극히 유감스럽다”며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문제 발언의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고 비속어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신뢰회복의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신년 회견 또 안 하나
한국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여부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이후 1년 5개월간 중단된 상태다. 연말부터 가능성이 부쩍 거론됐지만, 벌써 1월 중순인데도 대통령실은 아직 저울질이 한창”이라며 “정부·여당이 머뭇대는 건 신년 기자회견이 김 여사 관련 의혹에 집중된 분위기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한 입장만을 별도 담화 형식으로 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일방통행식’ 소통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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