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크린엔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연단과 장내 곳곳엔 “동료시민” 펼침막
중진의원들은 한동훈 한껏 추어올리고
한동훈은 중진의원 정치력 평가 ‘화답’
국민의힘 충남 지역 중진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전면으로 내세워 국면을 돌파하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도 대표적인 ‘초(超)경합지역’인 충남에서 악전고투하며 선수를 쌓은 중진의원들의 정치력을 높이 평가하며 화답했다.
국민의힘 충남도당은 14일 오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스파에서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이날 단상의 스크린에는 한 위원장이 말한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라는 문구가 식전 내내 띄워졌다. 연단에는 ‘동료시민들의 행복을 위해’라는 문구가 붙여졌다.
한동훈 위원장이 유행시킨 대표 키워드 ‘동료시민’이 붙은 곳은 연단 뿐만이 아니었다. 당원 2000여 명이 들어찬 신년인사회장의 장내에는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동료 / 믿고 지지할 수 있는 국민의힘’ ‘동료시민의 행복을 위해 / 총선 승리의 기틀을 만들겠습니다’ ‘충남에서 동료시민의 행복을 위해 / 2024 총선 압승!’ 등의 펼침막이 곳곳에 걸렸다.
이날 신년인사회 인사말에서 충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4선 중진 홍문표 의원과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은 한동훈 위원장을 중심으로 총선을 승리하자고 호소했다.
홍문표 위원장은 “한동훈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지 오늘로 20일째인데, 많은 우리 선배 당대표들이 있었지만 전국에서 이렇게 광폭적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 당원의 이야기를 듣는 지도자는 없었다”며 “이렇게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한동훈 위원장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쳐달라”고 당부했다.
정진석 의원도 “한동훈 위원장의 결의에 찬 연설을 들으면서 ‘견위수명(見危授命)’ 네 글자가 생각 났다”며 “미래의 꿈을 상징하는 한동훈 위원장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로 굳건히 뭉쳐서 4월 10일 반드시 승리를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도 인사말에서 중진의원을 포함한 이들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한껏 추어올렸다.
한동훈 위원장은 “우리 충남은 녹록지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정치력으로 대한민국 정가를 이끌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힘에 생각보다 중량감 있고 경륜으로 가득찬 정치인들이 많이 계시지 않은데, 여기 (충남에) 와서 보니까 여기 다 모여 계신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충남도당은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충남도당은 홍문표를 보유한 당이기 때문이다. 정진석을 보유한 당이기 때문이다. 이명수를, 성일종을, 장동혁을 보유한 당이기 때문이다”라며 “내가 말씀드린 이 의원들이 다 충남 출신이라는 것이 믿어지느냐. 국민의힘의 원천은 충남”이라고 치켜세웠다.
정진석 “한동훈 보면 ‘견위수명’ 생각 나”
한동훈, 충남 의원들 이름 일일이 호명해
충청, 공천이 문제가 아니라 본선이 문제
한동훈 “공천 받기로 돼있는 사람 없다”
중진의원들은 한동훈 위원장을 앞세우고, 한 위원장은 중진의원들의 정치력을 평가하며 화답한 것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서로의 필요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충청권은 우리 선거에서 대표적인 ‘초경합지역’으로 지난 2020년 총선에서는 28석 중 민주당이 20석을 석권하고 국민의힘은 8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그 중에서도 충남은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5석을 지켜내며, 6석을 가져간 민주당을 상대로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다.
충남에서도 최근에는 시(市) 지역을 중심으로 민주당 세가 강해지고 있으며, 군(郡) 단위라 하더라도 신도시가 조성된 내포 등은 표심이 예전 같지 않다. 이런 곳에서 선수(選數)를 쌓아 4선·5선이 됐다는 것은 ‘텃밭’과는 달리 단순히 공천만 받아서 된 게 아니라, 본선에서도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거쳤어야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대표적으로 정진석 의원은 5선 고지에 오르는 동안 2000년 총선부터 무려 여덟 차례 각종 선거에 차출되며 다섯 차례의 당선과 세 차례의 낙선을 경험했다. 지난 2020년 총선은 4성 장군 출신 후보가 무소속으로 완주까지 하는 불리한 구도 속에서 신승해 지역구를 지켜내기도 했다. 홍문표 의원 또한 아홉 차례의 선거에 출마해 수 차례의 당선과 낙선을 겪은 끝에 4선 고지에 올랐다.
본선이 본 승부다보니 민심에 누구보다 민감한 충청권 중진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박스권’ 지지율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한동훈 위원장을 ‘간판’으로 삼아 총선 국면 돌파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 또한 ‘텃밭’과는 달리 ‘초경합지역’에서 본선 경쟁력이 입증된 중진의원들의 정치력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문표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 말미에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노력하는 사람이 대가를 받아야지, 조용히 앉아있다가 시도때도 없이 날아다니는 철새정치는 안된다”며 “이것을 바로잡아야 대한민국 사회정치가 바로서고 정의가 바로설 것”이라고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한동훈 위원장은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 받기로 돼있는 사람은 결단코 없다”며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분들의 말은 믿지 말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개별적인 지역구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고,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지향점과 철학도 보여줘야 한다”며 “공천이라는 것은 미리 단순하게 ‘이런 방향으로 하겠다’라고 끼워맞추듯 단순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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