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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호위무사..?!” 계속 ‘모르쇠’로 일관 중인 윤 대통령이 바라보길 바라는 ‘현실’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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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뉴스1

YS·DJ도 못 피해 간 가족 문제

1997년 2월 25일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한보 특혜 대출 비리 사건의 여파가 정국을 강타할 때였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현철씨가 이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이 쏟아졌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을 불러 추궁했습니다. 김현철씨는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도 김영삼 대통령은 김기수 검찰 총장에게 김현철씨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1997년 2월 21일 김현철씨는 검찰에 출두해 밤샘 조사를 받고 무혐의로 풀려났습니다.

“저를 더욱 괴롭고 민망하게 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제 자식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진실 여부에 앞서 그러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크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매사에 조심하고 바르게 처신하도록 가르치지 못한 것, 제 자신의 불찰입니다. 만일 제 자식이 이번 일에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일체의 사회 활동을 중단하는 등 근신토록 하고 제 가까이에 두지 않음으로써, 다시는 국민에게 근심을 끼쳐드리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때의 심경을 김영삼 대통령은 회고록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나는 아들의 아버지이기에 앞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한보 사태에 대해 한 점의 의혹이나 성역도 없이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었고, 현철이가 내 아들이라는 이유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고도 김영삼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취임 4주년에 사과 담화를 발표한 것입니다. 담화문 내용 중에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는 표현이 눈에 띕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평범한 사람들이 쓰는 ‘아비’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민심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김현철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터져 나왔습니다. 결국 김현철씨는 1997년 5월 알선수재와 조세 포탈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2002년 봄 둘째 아들 김홍업씨와 셋째 아들 김홍걸씨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에 있던 김홍걸씨에게 김한정 부속실장을 보내 진상 파악을 한 뒤 “조속히 귀국해서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지시했습니다. 김홍걸씨는 5월 16일 귀국해서 이틀 뒤 구속됐습니다. 김홍업씨도 6월 21일 구속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날 오후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저는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책임을 통절하게 느껴 왔으며, 저를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부끄럽고 죄송한 심정으로 살아왔습니다. 제 평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렇게 참담한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이는 모두가 저의 부족함과 불찰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거듭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에 두 아들이 청와대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습니다. 뒷날 자서전에 ‘두 아들에 대한 아비로서의 변호’를 남겼습니다. 정권교체를 확신했던 검찰이 ‘지는 권력’을 향해 비수를 겨누었고 김홍업씨의 친구를 협박해 거짓 진술을 하도록 해 김홍업씨를 구속했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뉴스1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 ‘바로 사과’

이처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대개 ‘가족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아들 헌터 바이든 때문에 골치를 앓는 것을 보면 ‘가족 리스크’는 대통령제라는 권력 구조의 부산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제는 대통령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행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 시대에도 가족과 친인척들의 비리 의혹이 꽤 많이 있었지만 권력의 위세로 찍어 누르는 바람에 진상이 다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취임한 대통령들은 가족 문제를 감출 수 없게 됐습니다.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 곧바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비리 의혹의 당사자들은 민정수석실 감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형인 노건평씨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사과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형 이상득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자 사과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족이나 다름이 없던 최순실씨 사건이 터지자 여러 차례 사과했습니다.

기도하는 김건희 여사 ⓒ뉴스1
기도하는 김건희 여사 ⓒ뉴스1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고 장모가 구속됐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김 여사는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독특한 언행과 학력 부풀리기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 물의를 빚었습니다. 2022년 1월 ‘서울의 소리’ 통화 녹음과 녹취가 인터넷에 나돌았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인 발언이 ‘걸크러시’라며 오히려 호평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가 2022년 9월 25일 ‘김순덕의 도발’ 칼럼에서 당시 김건희 여사의 발언 일부를 소개했습니다.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지, 저 사람 완전 바보다. (남편이) 멍청해도 말을 잘 들으니까 내가 데리고 살지, 저런 걸 누가 같이 살아주겠어요? 인물이 좋나, 힘이 세나, 배 튀어나오고 코 골고 많이 처먹고 방귀 달고 다니고… 당신 같으면 같이 살겠어요?”

학력 부풀리기에 대해 김 여사는 2021년 12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스스로 한 약속입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된 뒤 ‘영부인’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 여사가 인사에 개입하는 흔적이 여기저기 나타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행사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쇼핑을 하는 장면이 현지 언론에 포착됐습니다. 2022년 11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 회의 환영만찬에서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앞으로 나가라고 손짓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가, 나가”나 “가자, 가자”라고 말한 것 같다고 합니다. 대통령인 남편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뉴스1

철저한 조사 가능할까?

김 여사 특검에 대해 찬성 여론이 높은 이유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등 실체가 있는 의혹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한 국민 다수의 비호감 지수 상승이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김 여사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앙일보 이하경 대기자가 1월 8일 신문에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이제라도 민심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제2부속실을 설치해 배우자를 관리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선 공약대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고 해외순방 중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 명품백 수수, 인사청탁, 서울 ~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배우자 관련 의혹을 빠짐없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문제가 드러나면 일벌백계하고 대국민 사과와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내친김에 대통령과 배우자가 언제 누구를 만났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무성했던 루머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저는 이 대기자의 처방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검찰이 수사를 신속히 마무리하면 될 것입니다.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 위기는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김건희 리스크’ 타령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계속 뭉개고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의 분노가 쓰나미처럼 커져서 김 여사는 물론이고 윤 대통령까지 쓸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현실을 직시하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뉴스1

마무리하겠습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2007년 출판한 ‘한국의 퍼스트레이디’라는 책 서문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대한민국 퍼스트레이디, 그들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 최고 통치자의 반려로 권력의 심장부에 동행하였고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권력의 정점에 고립된 대통령과 현실 세계 사이를 이어 줄 생생한 여론 전달자로서 커다란 역할을 한 한편 국민의 시선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았던 수인이기도 했다.”

“그래서 영부인은 사람들의 상상보다 훨씬 더 깊이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한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은 대통령이지만, 그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은 퍼스트레이디인 셈이다.”

저는 이 문장을 퍼스트레이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 표현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례를 보면 정말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을 통치하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지만, 윤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은 김 여사인지도 모릅니다. 이 사태를 어쩌면 좋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성한용 기자 /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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