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바이든-날리면’ 판결에 대해 “불명확한 문제를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이 밝혀지면 그 자체로 일단 사과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MBC에 항소할 권리는 있지만, 우선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성지호 부장판사)는 12일 1심 선고에서 MBC가 허위보도에 대한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도 카메라 영상에 담긴 발언에서 특정 단어가 언급되었는지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 언론사로서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특정 단어가 언급되었다는 식으로 단정적인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MBC는 항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3일 사설 <불명확한 사실 단정 보도 MBC, 그 자체가 사과할 일>에서 “실제 음성 파일을 들어보면 무엇이 진실인지 도저히 가릴 수 없다”며 “언론이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오보가 나올 수 있다. 시간에 쫓기거나 의욕이 앞서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불명확한 문제를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이 밝혀지면 그 자체로 일단 사과하는 게 옳다”고 했다. MBC에 일차적인 잘못이 있다는 거다.
조선일보는 “항소는 권리이지만 MBC의 경우엔 그런 원칙론으로만 볼 수가 없다”며 MBC의 과거 사례를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MBC가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 보도한 것을 언급하며 “MBC는 기자들이 당파로 나뉘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내 정권 교체’가 이뤄져 왔다고 한다. 이번엔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뒤에도 문재인파 기자들이 여전히 득세하면서 정부 비판이 아닌 정파적 보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슬리퍼 차림으로 팔짱을 낀 MBC 기자가 대통령을 향해 언성을 높인 장면이 지금 MBC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썼다.
반면 한겨레는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바이든-날리면’ 소송 MBC 패소, 법원 ‘판독불가’라며 왜 ‘허위보도’ 단정하나>에서 “상식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언론자유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판결”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객관적 물증인 영상 감정을 통해서도 어느 한쪽으로 확정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바이든은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단정적인 정정보도를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재판부는 문화방송이 다른 해석의 여지를 차단하는 단정적인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는데, 재판부도 똑같은 태도 아닌가. 최종 판단은 공론의 장에서 시민들의 판단에 맡겨야지, 법원이 무리하게 재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전후 맥락을 통해 허위 보도로 판단했다지만 여기에는 재판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객관적 영상으로 보나, 당시 상황으로 보나 충분히 가능한 보도였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문화방송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 배제 등 보복조처로 언론탄압 논란을 자초했다. 문제의 핵심인 비속어 사용에 대해서도 사과나 해명은 없었다. 여기에 더해 법원마저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로 언론을 옥죈다면 언론자유와 민주국가로서 평판은 더 추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언론은 토요일자 신문에서 재판 소식을 간결하게 전했다. 매일경제·한국경제·한국일보·중앙일보 등이 관련 보도를 했으며, 재판부 판결내용뿐 아니라 MBC·대통령실·민주당 입장을 고루 실었다.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적 관점의 기사는 지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황운하·노웅래 검증 통과… “검증 기준 무엇인가”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가 11일 89명의 검증 통과자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 뇌물·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이 명단에 포함됐다. 미투 파문을 일으켰던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도 검증을 통과했다.
이번 결과를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검증 기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황운하·노웅래 '출마 적격'… 野, 국민 눈높이 맞는 공천을>에서 “예비후보에 대한 사전 심사 차원이지만, 이들의 적격 판정을 두고 검증 기준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황운하·노웅래 의원이 이번 검증을 통과한 이유는 민주당이 지난해 5월 특별당규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부적격 처리 대상’에서 “뇌물, 성범죄 등 형사범 중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고 있는 자”라는 대목을 삭제하고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만 남겨뒀다. 한국일보는 “검증을 통과한 이 대표와 황 의원, 노 의원은 특별당규 혜택을 누린 셈”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당 공천은 선거 승리의 가늠자”라며 “유권자들은 공천 결과로 쇄신 여부를 판단한다. 확고한 원칙에 기반해 사사로움 없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공천에서 계파 배려는 없다’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말이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공천 결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李 대표 아니었으면 뇌물·징역·가짜 뉴스가 출마 적격일까>에서 “민주당에선 ‘청담동 술자리’ 허위 주장을 퍼뜨린 김의겸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채널A 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거짓으로 꾸며내 KBS 기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신성식 전 수원지검장 등 가짜 뉴스 의혹 관련자도 모두 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당의 도덕성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민주당 탈당파의 지적이 틀리지 않다”며 “뇌물과 돈봉투, 선거 개입 범죄 혐의자, 가짜 뉴스 유포자가 국회의원에 적격이라는 민주당이 국민에게 무슨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혼돈의 방통심의위… 한겨레 “방심위, 적반하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2일 김유진·옥시찬 위원의 해촉 건의안을 의결했다. 언론에 회의 안건을 공개하고(김유진 위원), 류희림 위원장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옥시찬 위원)다. 윤석열 대통령 재가가 나오면 김유진·옥시찬 위원은 위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한겨레는 사설 <‘청부 민원’ 적반하장 방심위, 물러날 사람은 류희림 위원장이다>에서 “자신의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심의 민원을 넣도록 했다는 중대한 비위 의혹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되레 진상 규명을 요구한 위원들을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쫓아낸 것이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류 위원장은 청부 민원 의혹이 불거진 뒤 지금껏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은 채 제보자 색출에 나서는 등 뻔뻔하기 짝이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직원 149명 명의의 ‘류희림 위원장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냈다. 내부에서부터 탄핵을 당했다고 봐야 한다. 해촉당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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