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준 부모 신상 공개해 유죄 판결받은 구본창 씨 인터뷰
“개인특정 못하는 정부 신상 공개, 의미없어”…”지급 강화 법안 조속히 통과돼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지금 정부가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내리는 각종 제재는 ‘효과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온 구본창(61) 씨는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신상 공개 조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 때문에 여성가족부의 양육비 지급 이행 정책을 두고 실효성에 꾸준히 의문이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한 자에게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면소(免訴) 처분을 받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사안에 대한 여론 형성에 기여한 면이 있다면서도, 사적 제재의 하나로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판단했다.
구씨는 2018년 9∼10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 5명의 사진을 포함한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공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구 씨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아동의 생존권과 양육비 미지급자의 사생활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한 사안”이라며 “이를 두고 대법원이 중립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아동의 생존권도 중요하다며 판결 내용을 비판했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명예를 보호하는 일만큼이나 양육비 지급률이 24% 수준인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씨는 “법치국가에서 사적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동의한다”면서도 “법적으로는 도저히 양육비를 받아낼 수 없었던 이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 않고 입 다물고 있으라는 건지 의문”이라고 힘을 줬다.
구씨는 현재 정부가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내리는 제재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육비 채무자의 이름과 나이, 직업 정도를 공개하지만, 사진이나 상세 주소는 없는 탓에 누군지 특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이 시행되면서 여가부는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명단공개와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등의 제재를 내리고 있다.
그는 “운전면허 정지 기간은 고작 100일 정도고,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여가부가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를 만나거나 편지를 교환하는 ‘면접 교섭 서비스’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위장전입을 하면서까지 자녀와 연락을 끊는 이들이 교섭장에 나오겠냐”며 “1억원이 넘는 양육비가 밀린 이들을 비롯해 10년 넘게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주장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제재 대상에 오른 양육비 미지급자 504명 가운데 1억원 이상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는 44명(8.7%)이다.
명단공개 제재가 내려진 72명 가운데 29.2%는 10년 넘게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국회에 계류된 각종 양육비 지급 강화 법안만 통과돼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며 “안타까운 점은 이를 다루는 여성가족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가 7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육비 지급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안’과 ‘양육비 대지급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 계류돼 있다.
구씨는 “‘배드 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할 필요가 없도록 정부의 양육비 지급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길 바란다”며 “양육비를 받지 못해 애를 태우는 부모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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