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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글로벌] 오늘 대만 총통선거, ‘올해의 민주주의 첫 시험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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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지정학적으로 가장 강력한 인화점의 지도자가 선출되는 자리로, 올해 민주주의에 대한 첫번째 큰 시험이 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대만 총통 선거가 13일 치러진다. 민주진보당이 재집권하느냐, 국민당이 정권 탈환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동북아를 넘어 세계의 지정학은 물론 전 세계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까지 좌우하는 선거로, 글로벌 산업계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친미 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당과 친중 성향 제1야당 국민당 간 접전 속 제3당 민중당이 젊은 층을 파고들며 3자 구도를 형성 중이다. 누가 당선되든 지정학·지경학적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뒷북 글로벌] 오늘 대만 총통선거, '올해의 민주주의 첫 시험대' 열린다
집권 민진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11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 앞 거리에서 ‘대만의 자유를 지키자(Keep Taiwan Free)’ 문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타이베이=정혜진 기자

4050 민진당, 노년층 국민당, 2030 민중당… 세대별 뚜렷한 표심

선거 전날인 12일 각 후보들은 막판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3파전 구도를 형성한 라이칭더 집권 민진당 총통 후보, 허우유이 제1야당 국민당 후보, 커원저 제2야당 대만민중당 후보는 각기 다른 연령층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민진당과 라이 후보의 경우 40~50대의 중장년층이 지지율의 50%가량을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타이베이 총통부 앞 대로에서 열린 민진당 선거 집회 현장을 딸과 함께 찾은 쉬 모(41) 씨는 “대만의 주권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도 알아야 한다”며 민진당의 구호인 “팀 타이완(Team Taiwan)”을 크게 외쳤다. 또 다른 민진당 지지자인 황 모(49) 씨는 논란이 된 국민당 소속 마잉주 전 총통의 발언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이 시진핑을 믿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민당이 당선된다면 동맹인 미국과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우 후보와 국민당은 전통적으로 60대 이상의 노년층과 골수 보수파의 지지세가 강하지만 민진당이 집권한 8년간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불만이 커진 이들이 많았다. 택시 운전사인 셰중런(65) 씨는 “8년간 생계가 별로 나아진 게 없다”며 “중국과 관계가 더 악화되면 대만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게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장 모(61) 씨는 “지금도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위협을 가한다”며 “중국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평화를 찾고 경제협력도 추구하는 게 대만에 좋을 것”이라고 했다. 민중당의 경우 길거리 유세에 참여한 지지자들 중 청년층이 눈에 띄게 많았다. 민진당과 국민당 사이에서 중도를 표방하는 점과 민생 문제에 집중하는 점이 2030세대의 표심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커 후보는 이날 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대만에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면서도 “양안 간 오해를 풀기 위해 (중국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뒷북 글로벌] 오늘 대만 총통선거, '올해의 민주주의 첫 시험대' 열린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 지지자들이 11일 대만 신베이에서 열린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의 선거 유세에 참석해 국민당 당기와 대만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진당-국민당 누가 당선되든 대만해협·반도체 동맹 영향 불가피

대만 현지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미중 간 긴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집권 민진당이 당선되면 대만해협 위기가 더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상시 군사훈련이나 대만해협 무력시위, 자원의 차단·왜곡을 통한 교란 등이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세 후보도 이날 수도 타이베이에서 유세전을 펼치며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라이 후보는 “대만의 민주주의와 미래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며 “평화가 침략자의 선의에 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허우 후보는 “전쟁과 평화 중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며 “양안 평화를 되찾고 대만 국민의 숨통을 틔우자”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중국 위협에서 대만을 지키는 이른바 ‘실리콘 방패’인 TSMC에도 영향을 준다. TSMC는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9%를 기록했으며 특히 첨단 7나노 공정에서의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민진당 재집권 시 현재의 미중 간 갈등 관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는 계속해서 고민에 빠질 공산이 크다. 대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TSMC의 중국 본토 내 생산 라인과 핵심 설비 등을 장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TSMC도 현재 미국·일본·독일 등으로 진행 중인 생산 라인 다변화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TSMC의 이 같은 확장은 이미 대만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며 생산 라인을 대만 외부로 빼냄으로써 안보에 악영향을 끼치는 데 대한 우려를 전했다.

반면 정권 교체로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밀착했을 때 반도체 산업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을 뺄 가능성이 있고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 ‘칩4(미국·한국·일본·대만)’의 결속력도 약해질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분석가들은 허우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반도체 공급망에 그림자를 드리울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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