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이창근, 특별법 발의·오세훈과 논의
전지현 예비후보, 이상민 장관 만나 ‘구리시
서울 편입’ 민원 전달…김포 편입도 ‘재주목’
당내 “이대로 묵히기는 아깝다” 반응 상당
국민의힘 내부에서 경기도 구리시와 하남시의 서울 편입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기존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재차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앞서 지도부를 이끌던 김기현 전 대표 체제에서 이슈몰이에 성공했던 정책이었던 만큼 여론을 재차 일으켜보고자 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경기 하남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내용의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해당 특별법안에는 하남을 경기도 관할 구역에서 제외하고 서울시 관할구역에 편입해 서울시 하남구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하남 출마를 노리고 있다.
이 의원은 “하남시는 1989년 시로 승격할 때부터 실질적인 서울 생활권역에 속했지만,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못해 불편을 겪어왔다”며 “하남 주민들의 고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행정구역을 통합시키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경기도 도시들을 서울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가져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기현 체제에서 처음 떠오른 메가시티를 구체화하기 위해 출범한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회가 이미 김포시와 구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시티 특위는 최근 들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고,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당내 다른 이슈들에 눈길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에 뉴시티 특위 위원인 이 의원이 다시 나서 메가시티와 뉴시티 이슈를 재점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창근 국민의힘 경기 하남 당협위원장도 지난달 12일 예비후보 등록 직후부터 ‘하남 서울 편입’ 공약을 내걸고 바람몰이 중이다.
이창근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경기 하남 당협은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구글 독스’를 통해서 하남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편입 찬성률 94.6%’라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하남시 서울편입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통추위 주관으로 미사권역과 원도심에서 권역별 주민설명회도 개최했다. 이 위원장 스스로도 경제학자로서 설명회에 나섰다.
이후 다른 당내 이슈의 부상으로 인한 ‘숨고르기’가 있었으나, 지난 6일 이 위원장의 출판기념회 때 오세훈 서울시장의 언급을 계기로 다시 동력이 붙고 있다. 오 시장은 당시 축사에서 “하남은 서울과 지리적·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인접해있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이라며 “나 역시 하남시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창근 위원장과 함께 하남시의 서울 편입을 비롯한 다양한 현안을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하남의 서울 편입은 결국은 서울시가 동의를 해줘야 한다는 지점이 있지 않느냐”며 “오세훈 서울시정 대변인 출신이고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인 내가 오 시장과 함께 논의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뉴시티 이슈 재점화 움직임은 또 있었다. 4·10 총선에서 구리시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전지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지난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구리시 서울 편입과 관련한 민원을 전달하면서다. 사법연수원 41기 출신 변호사인 전 예비후보는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쳐 이번 구리시 국회의원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 예비후보는 구리시가 서울에 편입할 경우 2030년 말까지 지방교부세 및 보조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예산관련 사항에 있어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경기도 등과 협의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행안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지역 현장의 불필요한 규제들을 혁신해 지역경제가 발전하는데 행안부가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앞서 여권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의 승패가 총선 성적표를 좌우할 것으로 판단하고 ‘메가시티’ 정책을 승부수로 띄운 바 있다. 이와 함께 성남·고양·안양 등 1기 신도시 재개발 사업을 묶어 부동산 등 자산 가치를 띄울 수 있는 정책들로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에서다.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메가시티를 향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경기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수도권 생활권이 굉장히 넓어지고 있지만, 도시가 집약되고 있는데 (경기도는) 서울과 같은 생활권과 직업권·교육권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진지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티 특위는 메가시티 프로젝트 자체가 향후 국가 미래의 초석이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메가시티 이슈가 확산되자 이에 반발하기 위해 무조건 반대 입장을 냈던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식 행태를 꼬집어 총선 정국에서 여론을 주도하려는 셈법까지 깔린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메가시티 구상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을 역으로 지렛대로 삼는 모양새다.
김기윤 특위 위원은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당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대한민국을 5극 3특 체제로 만들어 초광역 메가시티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했고, 민주당 최종윤 국회의원은 ‘하남시 서울 편입은 선거용, 정치쇼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김 지사는 구리·김포·하남의 60%가 넘는 시민이 사기를 당해 서울 편입을 찬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총선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최초 제기 때의 파장을 되살려 낼 수 있는 정책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처음 나왔을 때 국민들이 떠들썩했을 정도로 좋은 효과를 냈던 정책을 이대로 묵혀두는 것도 아깝다”며 “여론조사 같은 것들을 더 착실히 하고 당내 협의도 빠르게 진행해서 힘 있는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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