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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출마한 이유? 그루밍성매매, 영아매매 두고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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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중요한 해입니다. 윤석열 정부 중반, 중간선거 성격을 갖는 총선이 열리는 해이기 때문이죠. 소위 3대 위기(기후·인구·재정 위기)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계기로 작용할까요, 아니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까요.

그간 ‘좋은 입법’이란 무엇일까를 주제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거나 통과된 법안들을 살펴온 ‘국회 다니는 변호사’ 코너는 선거의 해인 2024년 신년을 맞아, 앞으로 국회에서 ‘좋은 입법’을 업(業)으로 삼게 될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 정당의 ‘1호 총선 영입인재’들을 만나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국민의힘 1호 영입인재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 민주당 1호 영입인재 박지혜 변호사가 그들입니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의 공간은 나날이 줄어들고, 주장과 아집만이 난무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입니다. 2021년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한국의 사회적 갈등은 3위에 해당한다고 하죠. 즉 대한민국의 정치는 양극단에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상태라는 겁니다.

이런 한국 정치의 현실을 이른바 ‘정치 신인’인 영입인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들은 국회에서 어떤 법을 만들고 싶어할까요? 또 이들은 왜 정치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걸까요?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질문에 대한 이들의 대답과 포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는 ‘국회 다니는 변호사’ 칼럼을 연재해 온 박지웅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전 청와대 행정관,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와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먼저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된 이수정 교수와의 인터뷰입니다.

▲국민의힘 총선 영입인재 1호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선거사무소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청소년 그루밍 성매매, 영아 매매…두고 볼 수 없었다”

프레시안 : 국회의원이 된다면 제안하고 싶은 법률안이 있나?

이수정 교수 : 내가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아동 청소년과 연관된 우리나라 법률이 너무 허술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아동, 청소년 그루밍 성매매 문제가 심각하고, 그들이 임신, 출산한 뒤 영아 매매에까지 이르는데, 이를 중개하는 브로커까지 있다. 그런데 아동, 청소년은 유권자가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별로 열심히 입법을 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기존에도 전문가로서 왕성히 활동해왔는데, 그간의 노력에 이어 정치를 다음 일터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이수정 : 최근에 12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가해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틀림없이 의제강간 연령(16세 미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키가 158센티미터라는 점을 고려했다는데, 법률에 의제강간 연령을 두면서 피해 아동의 키가 150이 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라고 하지 않았다. 선진국과는 굉장히 사례가 다르다.

이제 더 이상 바깥에서만 그런 판결을 지적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 ‘앞으로의 시간을 계속 연구실에 있으면서 잘못된 걸 지적하며 쓸 거냐’ 아니면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법을 개정하고 양형 기준을 바꾸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거냐’ 선택해야 했고 후자를 택했다.

프레시안 : 아동, 청소년 문제를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더 자세하게 듣고 싶다.

이수정 : 아동, 청소년은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 미래를 염려하는 국가가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될 일은 아동 청소년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그렇다. 그런 일을 하지 않으니출생률이 줄어드는 것은 필연적 결과다. 자녀가 몸 하나 안전하게 지켜내지 못하는데, 행복하게 살 거라고 예상할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출생률이 줄어드는 것이지 집이 없어서 출생률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동, 청소년 보호부터 해놓고 출생을 촉진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보호가 꼭 범죄 안전망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올바로 양육할 수 있고, 교육이 수월해 아이들의 여러 적성이 자유롭게 계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사고 팔리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

개인적으로는 해바라기센터(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를 처음 출현시킨 여러 명의 실무자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아동 청소년들이 얼마나 범죄 피해에 쉽게 노출되는지 수도 없이 봤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다.

박지웅 변호사 : 구상 중인 ‘1호 법안’이 있나?

이수정 : 인신매매방지법이다. 영아가 디지털, 다크웹에서 거래된다. 다크웹 범죄의 심각한 양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약, 인신매매 등 범죄가 다크웹에서 일어난다. 우리 지역에도 경찰들이 열심히 순찰을 돈다. 치안센터도 잘 돼 있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디지털 범죄를 막을 수 없다.

인신매매방지법에 함정수사, 잠입수사 지침을 영미법처럼 아주 디테일하게 만들어서 특정한 요건을 지키는 상태에서 수사관들이 디지털 공간에 잠입해 활동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는 인권침해라며 다 반대했다. 그런데 범죄가 디지털화돼 프라이빗(Private)한 SNS나 포탈에서 일어나는 마당이다. 수사관이 범죄의 상당한 증거가 있는 사건만 추적해서 법원에서 허락까지 받아서 들어가서 잡으려 할 때쯤 되면, 그런 공간은 다 폭파돼 있다.

단적인 예가 ‘n번방 사건‘이다. 물론 몇 명 엄벌했다. 법까지, 양형기준까지 새로 만들었다. 그러면 n번방 현상이 없어졌나? (n번방에 들어가 있던) 그 2만 명 어디로 가지 않았다. 그들을 검거하거나 제재하려면 경찰도 뭔가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다크웹은 불법적인 행위를 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불법적 행위를 해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쓸 수가 없다. ‘디지털 범죄 증거 수집 활동을 어디까지 허용할 거냐. 어떤 지침을 따라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쓸 수 있게 할 거냐’가 우리나라 증거법에는 없다.

영미권은 다르다. 국가 수사지침 같은 것을 보면, 아동 피해 범죄 위장 수사를 할 때 수사관이 위장할 수 있는 현존하지 않는 아동의 영상이나 사진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져 공유돼 있다.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의 사진이나 영상을 기부받기도 한다. 수사관들이 지침을 지키고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아동으로 위장 잠입해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쓸 수 있게 허용한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수사지침이 없는데, 그런 걸 할 수 있게 하려면 경찰관직무집행법이나 인신매매방지법 속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 ⓒ프레시안(최용락)

“디지털성범죄 피해 남성도 많아…성별 문제 아니다”

박지웅 : n번방 사건에 대한 여론을 보면, 한국사회에서의 성별 갈등이 드러난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이수정 : 나는 성별 갈등 사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인권진흥원과 서울시에 디지털 성범죄 원스톱 지원 센터가 생겼다. 그곳에 영상 삭제를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20%가 남성이다. 피해자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는데 이 문제를 남녀 갈등이라고 볼 수 있나.

박지웅 : 그러나 성범죄, 특히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중 여성이 많은 것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갈등을 어떻게든 조리 있게 줄여나가는 것이 하나의 의정활동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이수정 : ‘남혐’, 여혐 현상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그것(디지털 성범죄)을 남녀갈등으로 몰아가는 경우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논쟁에 휘말릴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꼭 남녀 갈등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스토킹처벌법을 입법할 때도 많은 사람이 남녀 갈등 논쟁 속에서 오랫동안 표류했다. (반대자들이) ‘구애하는 남자를 다 범죄자로 만들 거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 실제로 법이 생기고 난 뒤 1년 간 판결문을 다 봤다. 그랬더니 스토킹 피해자의 30%가 남성이다. 법은 스토킹 행위만 제재하기 때문이다. 남자도 스토킹당할 수 있다.

문제를 남녀 갈등으로 보는 순간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됐던 경험을 갖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젊은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나 잘 안다. 핵심 쟁점이 아닌 논쟁에 괜히 휘말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물론 양성평등은 중요하다. 양성평등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논쟁에 휘말려서 문제 해결을 하나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양성평등도 안 된다.

프레시안 : 그런 관점을 갖고 성범죄 피해자 지원 활동을 했는데도 성범죄 피해자의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 때문인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에 들어갈 때 저항이 있었다.

이수정 : 내가 극복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단순히 페미니스트만은 아니고, 연구자이고 과학자이며 실증적 증거를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고. 궁극적으로는 양성 모두 안전한 세상을 만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양성평등만을 위해 운동하는 활동가는 제 정체성은 아니다.

프레시안 : 지금 이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법활동 목표, 예를 들면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안이라 해도 만약 지금 국민의힘 대표가 이준석이라면 그 법안 역시 혜택을 보는 대상 다수가 여성이란 이유로 당론 입법이 어려워진다거나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이수정 : 제가 볼 땐 이 전 대표라고 아동을 보호하는 법에 반대할 만한 사람은 아닐 거다. 그리고 저는 이 전 대표에게 전 아무 감정 없다. 건투를 빈다.

“여성가족부 폐지해도 된다…양성평등 가치는 남겨야”

박지웅 : 윤석열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수정 : 여성부는 폐지해도 된다. 왜냐하면, 그 기능을 없애는 건 어렵다. 그러면 그 기능은 어딘가에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중요한 이슈가 다를 수 있다. 나는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그때는 남녀차별이 진짜 많았다. 여자가 대학 교단을 밟기 어려웠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될 필요성이 있었다. 그 이후 할당제가 생기고 이러면서 요즘은 우리 학교도 여자 교수 비율이 30%대다. 지금은 더 이상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안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계속 여성부를 붙잡고 늘어질 필요는 없다.

박지웅 : 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고 여성을 보호한다든지 할 때 관련 부처가 있는 것은 중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를 두는 것도 중소기업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 아닌가.

이수정 : 부처가 있는 것이 중요하거나, 여성 이슈를 꼭 여성만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여성이 다수인 범죄의 피해자 보호를 법무부가 하겠다고 나섰지 않나. ‘제시카법’하겠다고 한 것은 여성부가 아니었다. 한동훈은 여성이 아닌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의 진술권을 보호해 주겠다고 부처를 설득해서 형사사건, 강력사건에서 성폭력, 살인 피해자에게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러니까 이슈는 살아남는다. 그 이슈를 어떤 부처에서 더 효율적으로 다룰 것인가는 시대정신과도 맞닿아 있고, 정부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여성부가 사라진다고 양성평등이라는 목표가 정부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1호 영입한 사람도 남자가 아니고 여자다. 내가 유리천장을 뚫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기회를 준 것은 결국 여성부를 폐지하겠다는 국민의힘이었다.

그런 명분 싸움은 이 시대에는 별로 적절하지 않다. 당연히 피해자 보호는 해야 한다. 그런데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게 영상 삭제 지원을 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에이전트(Agent)가 꼭 여성부여야 하나. 아니다. 지금도 서울시가 제일 잘 하고 있다.

박지웅 : 여성의 사회 참여율, 고위직 비율이 낮다. 이런 상황을 법무부나 보건복지부가 다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런 부분을 고려할 때 여성에 대한 부처 차원의 정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수정 : 그럴 수 있다. 그러니까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나는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둘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구가 꼭 여성부여야 한다는데 동의를 못하는 것이다. 양성평등의 가치가 정부 주요 정책에서 사라져도 되나. 그건 아니다.

더구나 여성부만 중요한가. 인구 연관 부서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지금 여성부가 추진해 온 가족의 가치가 꼭 그대로 유지돼야 하나. 그것도 잘 모르겠다. 결혼 안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가족 지원만 계속하는 게 정당한가. 그것도 올드한 이슈 같다. 여전히 올드한 여성부가 계속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 ⓒ프레시안(최용락)

“스토킹처벌법…국민 공감대 있으니, 여야 모두 반대만 할 수 없었다”

박지웅 : 성범죄 관련 입법 과정의 갈등 같은 일은 정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당정치가 이 교수가 말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극단에 처해 있는 양당 간 갈등에서 어떻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것인가.

이수정 : 만약에 스토킹처벌법이 입법되는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의회에 뛰어들 생각도 못했을 것 같다. 이슈가 뭐냐가 무지 중요한 것 같다. 여당도 야당도 도저히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국민의 니즈(needs)가 있다면 정치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서로 상대방에 반대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스토킹처벌법 입법에서 봤다.

그렇게 된 것은 (스토킹 범죄가) 여성의 생명 손실과 매우 밀접히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인과관계를 십수 년 동안 입증했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언론과 협업도 하고, 연구도 하고 논문도 썼다. 결국 여당도 야당도 반대하지 못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만들어졌다. 그것이 결국 입법으로 이어졌다. 그런 이슈를 어떻게 만들지 실제로 경험해 본 것이다.

영아매매도 마찬가지다. 이건 여야 논쟁감이 아니다. 애를 낳고 출생 신고를 안 하는 일이, 이게 도대체 선진국에서 일어나도 되는 일인가. 온라인에 ‘입양’이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여전히 1대1 채팅창이 뜬다. 오픈채팅으로는 영아 매매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불법 거래가 틀림없이 있는데 아이를 사고파는 브로커를 그냥 내버려 두겠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이런 이슈는 여야가 별로 안 중요하다. 국민 공감대를 만들면 입법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자신의 소신이나 의정활동에서 하고자 하는 바와 당론이 다르거나, 지도부 의견과 충돌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수정 : 설득할 것이다. 스토킹 처벌법 입법할 때 남자 의원, 연세 많은 의원 다 찾아다니면서 ‘지금 이 시대에 이걸 안 해주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다’고 설득했다. 피해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세대에 따라 인지하는 시대가치가 다 다르다. 그럴 때는 찾아다니면서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충분히 그런 노력은 해왔고 할 것이다. 내가 들어가면 국민의힘이 옛날같이 그대로 가지 못할 것은 너무 뻔하다.

박지웅 : 입법과 관련한 의정활동이 국회의원에게 중요한 일인데, 사실 많은 사람이 그런 고민을 하고 여의도 정치에 뛰어들었다가 4년이 지나고 나면 결과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다. 예컨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국회에 입성했지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4년 후에는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나.

이수정 : 만약 내게 4년의 의정활동 기회가 주어지고 스토킹처벌법 입법 같은 일을 2년에 1건 정도 성사시킨다고 하면, 내가 생각하는 많은 이슈 중에 구현 가능성이 높은 2개 내지 3개 정도 입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어린이 성폭행하면 정말 패가망신시키는 것, 그 정도 하면 빙하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두드린 보람을 느낄 것 같다.

박지웅 : 4년 후에는 정치 안 할 것인가.

이수정 : 그건 그때 가 봐야 알 것 같다. 지금 이야기할 수는 없는데….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 밖에서는 도저히 안 되는 일, 어텐션(attention)을 내가 직접 받아야 이룰 수 있는 일 2, 3개 정도 하고, 낙후된 지역에 예산을 끌어다 지하철역이라도 추진하고 싶다.

박지웅 : 아동 청소년 정책에 있어서 가장 선진적이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입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윤석열 정부에서 여성부 장관직을 제의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수정 : 지금 여성부 장관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여성부가 갖는 한계를 너무 잘 안다. 정부부처가 잘 기능하려면 지자체 단위별로 손과 발이 있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해도 그것이 지역으로 내려갈 수가 없다. 그러니까 그런 부처를 꼭 유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게 무브먼트(movement)를 위해, 계도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를 위해 필요했는지는 모르겠지만,그냥 여성부가 있었으니까 계속 있어야 된다? 왜 그렇게 융통성 없이 가야 되는지 모르겠다.

“전 국민 심리지원체계 만들어야”

▲박지웅 변호사. ⓒ프레시안(최용락)

박지웅 : 개인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서정숙 의원이 주최한 ‘심리사법’ 토론회 때 이 교수를 처음 만났다. 그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지금 입법이 안 되고 있기는 한데 그 토론회에서 강조한 것은 한국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회라는 것이었다.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여러 참사가 있었다. 이런 분야에서도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수정 : 심리 지원은 정신과 치료랑은 약간 다르다. 정신과에서는 약물 치료를 한다. 그런데 약물은 자꾸 먹으면 먹을수록 의존성이 생기고 사실 생각보다 완치가 잘 안 된다. 그것을 넘어 (피상담자가) 건강한 심리 상태를 회복하고,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지속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 국회의원도 찾아가고. 대통령실에도 계속 요구해 예산이 살아남았다. 처음보다 예산보다 깎였지만 500억 원 정도가 심리 지원 예산이다.

원래 5년마다 하던 정신건강 검진도 지금은 2년마다 할 수 있게 됐다. 자살 위험군을 2년마다 한 번씩 포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가 자살률을 떨어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있는지 모른 채 충동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늘었지 않나. 검진을 통해 자신이 어떤 위험 단계에 있는지 알게 되면, 아마 자기 문제를 혼자 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마다 심리지원센터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서울시가 시 조례를 통과시켜 4개의 심리지원센터를 설치했다. 회사원들을 위해 야간 클리닉도 한다. 실제로 야간에 제일 상담자가 많다. 문턱이 낮으니 퇴근길에 와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 기본법은 아니다. 입법은 안 됐다. 관련법이 국회에서 입법되면,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다 이런 사업을 하게 될 것이다.

박지웅 : 심리사법 입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심리사들은 이 입법을 원하지만, 다른 유사 직역에서는 심리사들만 심리지원서비스를 전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데서 오는 갈등이다. 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이수정 : 특정한 마켓(시장)을 만들 때 특정한 집단이 우리만 특혜를 달라고 하면 일이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심리서비스지 심리사가 아니다. 심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주면 되고, 심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고퀄리티의 사람이 누군지 지정하고, 그런 퀄리티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도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할 수 있게 해놓는 식으로 조금 더 열린 시장을 만들면 충분히 입법이 가능할 것 같다. 의사도 일반의와 전문의가 있지 않나. 그런 식으로 심리지원체계를 만들면, 온 국민이 의료서비스를 지원받는 것처럼 심리서비스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낙후지역 개발, 3호선 연장 이룰 것”

프레시안 : 경기 수원정 출마를 선언하고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역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이수정 : 이 지역을 민주당계가 10년 이상 통치해 왔다. 그런데 내가 처음 수원에 왔을 때보다 낙후된 지역이 굉장히 맍아졌다. 도심이 거의 공동화됐다. 공항도 옮긴다고 10년 이상 공약을 걸었지만 공항도 못 옮기고, 소각장도 못 옮기고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지역을 여의도에 가는 도구로만 사용했지 지역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안 했다. 예산도 안 끌어왔다.

그런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나는 25년 동안 수원을 지키면서 사건사고를 막 쫓아다니다 보니, 예전에 ‘오원춘 사건’이 일어난 골목이 어디인지 안다. 수원역 앞이다. 그 골목이 지금도 주차난에 시달릴 정도로 하나도 안 바뀌었다. 왜 안 바뀌는지 이해가 안 된다.

광교만 아주 훌륭하게 개발했다. 문제는 광교 개발로 멈추면 안 된다. 수원의 나머지 지역도 열심히 신경 썼어야 했다. 그래서 수원이 특이한 특징을 보인다. 신도심과 나머지 지역 간 단절이 심각하다. 광교가 아닌 지역의 주민을 만나면서 이분들의 필요가 굉장히 절실하다는 것을 느낀다.

수원이 원래 삼성전자가 들어온 첫 지역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들어온 이후에 변한 것은 사실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삼성전자의 옹벽 바깥은 낙후돼 있다. 삼성전자가 들어온 혜택이 좀 더 지역에 돌아가고, 삼성전자는 경제적인 혜택을 얻는 방식으로 상생할 수 있었을 텐데 이를 이루지 못했다.

주민들을 위해 일하고 지역을 보살피는 것도 의원의 할 일이다. 예산을 끌어올 수만 있으면 수원을 대폭 변화시키고 싶다. 옆 지역구에 방문규 전 장관(산업통상자원부)도 출마한다니, 팔달과 영통을 묶어 수원의 집중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싶다.

프레시안 : 앞서 지하철역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이수정 : 우리 지역에 있는 5개 지하철역에서 아침 출근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지하철역 하나 있는 것이 젊은이들이 기회를 잡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너무나 명확하게 느꼈다. 지하철 역 하나 개통하는 것도 어떤 경우에는 진짜로 절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역발전에 교통도 무지 중요하고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정치인의 할 일이다.

프레시안 : 지하철과 관련해 지역에서 제일 큰 현안은 무엇인가.

이수정 : 3호선 연장이다. 3호선이 반포, 수서, 양재, 고속터미널 등 교통 요지를 관통하고 7호선, 9호선과도 연결된다. 수서에서 여기로 (지하철을) 끌어들이는 것을 주민들이 너무 원한다. 삼성전자도 있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만약 30분 안에 강남을 갈 수 있으면, 이 지역에 있는 젊은이들이 너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원희룡 전 장관(국토교통부)에게 가서 사진을 찍자고 해서 찍었다. 지역구 사무실에도 붙어있다.

프레시안 : 끝으로 민주당에서도 비례대표 출마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를 듣고 싶다.

이수정 : (민주당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다. 비례대표였다. 일단 비례대표는 할 생각이 없었다. 줄서기 싫었다. 지금은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만약 비례대표로 들어갔으면 결국 나도 방탄하는 사람 중 하나였을 것이다.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는 내게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출마를 제안했고, 험지에 뛰어들어서 우리를 도와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도와서 (험지 탈환에) 성공하면 그들은 나한테 아무 이야기도 못할 거다. 도와줬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거다. 그런 차원에서 저에게 국민의힘 제안은 어트랙티브(attractive)했다. 그 이유가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이들은 법치주의는 지킬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프레시안 : 법치주의라면?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가 걸린다는 얘기인가?

이수정 : 그런 걸 제가 모르진 않으니까. 제가 25년을 범죄(연구를) 하다 보면 뭐가 위험한지 정도는 알 수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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