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를 탄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40대 의사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유족의 선처와 진지한 반성이 이유라는데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천지법 형사항소 2부(김석범 부장판사)는 12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40대 의사 홍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더불어 다시 한번 반성하라는 뜻이라며 사회봉사 240시간과 준법운전 강의 40시간을 수강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사안이 중대해 엄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의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초범인 점” 등을 들어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에는 그 외에도 A씨의 나이와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양형 조사보고서에서 피고인의 피해 복구 노력과 처벌 불원 여부, 범행 강도 등을 살핀 후 형량을 정했다.
A씨는 항소심 재판을 받은 6개월 동안 100장에 가까운 반성문을 써서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선고 후 따로 A씨에게 “1심에서 낮은 형량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깊었다”고 전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뺑소니가 반성문 90장에 석방이라니 말세다’라고 한탄했으며, ‘합의금 듬뿍 주고 전관예우 변호사 쓰면 음주 뺑소니도 풀려나는 엉터리 사법 체계를 손봐야 한다’며 분노했다. 잡음이 있는 판결마다 등장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소리도 어김없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의사가 아니면 집유 나왔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월 자정 넘어서 인천시 서구 원당동 교차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던 중 반대편 차로에서 신호 대기하던 30대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이후 A씨는 500m가량 주행하다가 파손된 차량을 버리고 도주하다가 2시간여 만인 같은 날 오전 2시께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의사인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인천의 한 의원 직원들과 회식 후 경기 김포시 자택으로 귀가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경찰 조사와 재판에서 “사람이 아니라 물체 같은 것을 친 줄 알았다,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검거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6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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