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박소연 기자]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하는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기소된 기업 관계자에게 지난 11일 유죄 판결을 내렸다.
11일 서울고법 형사5부의 원심 파기에 따라 주요 관련자 세 명에게는 각각 금고 4년을, 함께 재판에 넘겨진 기업과 이마트 등 관계기업 임직원 10인에게는 금고 2년~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2011년 세상에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와 한순종 전 상무와 애경산업 안용찬 전대표는 1심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가습기 살균제 환경 노출확인 피해자연합’의 박혜정 대표는 “1,843명 사망한 중대 참사에 대한 형량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가볍다”고 재판부를 질타했다.
박 대표는 실형을 선고받아 즉각 법정에서 구속해야 마땅한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등 가해자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했다. 상고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무언가 뒷거래가 의심되는 무늬만 유죄 판결”이라 토해냈다.
송운학 ‘공익감시 민권회의’ 대표는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이 폐 손상 등을 당해 2011년부터 세상에 알려졌지만, 정부의 책임회피 등으로 거의 30년이 지난 뒤에야 가해 기업들이 모두 유죄라는 판결이 나왔다. 검경의 늑장 수사와 부실수사 및 처벌 의지 결여 등으로 처음부터 정부는 수사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011년을 기준으로 약 13년 뒤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만시지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송운학 대표는 “거대한 범죄카르텔에 아주 작은 바늘구멍을 낸 것에 불과하지만, 이 판결로 SK 등 가해 기업은 물론 중대 참사를 방조 방관한 정부도 배상책임을 모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구제역(救濟役)을 자임하고 있는 정부가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는 피해자 전원에게 선배상하고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속죄에 앞장서야만 한다. 국회도 가혹할 정도로 철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마련해서 악덕 기업이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김선홍 ‘글로벌 에코넷’ 상임회장은 “피해자 가족 등을 포함하면, 최대 수만 명이 아직도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 등 각종 불행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발생한 최악의 참사이자 환경 대참사에 고작 금고 4년이라니 말문이 막힌다”고 울분을 토하면서 “검찰이 미필적 고의 (집단) 살인죄를 적용하여 공소장을 변경하고 공판 재개를 신청했어야 마땅했다”고 질타했다.
검찰은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기업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항소했고, 3년 가까이 심리를 진행한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독성화학물질인 CMIT와 MIT 등 가습기 살균제 원료와 폐 질환 등 사이에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각종 연구 및 실험결과 등을 받아들였다.
특히, CMIT와 MIT 계열 제품을 단독 사용했건 PHMG와 PGH와 함께 사용했건 “그 인과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사전에) “안전성 검사를 수행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품 출시 후 요구되는 (계속 주의) 관찰의무도 이행하지 않아 그 피해를 확대”시키는 등 공소장에 기재된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예컨대, SK케미칼로 개명한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이 1994년 독성 시험을 해야 한다는 내부의견을 무시하고 CMIT·MIT 성분 제품을 처음으로 출시했고 이듬해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어 실험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계속 판매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2년 ‘가습기 메이트’가 출시될 때도 유공 제품 출시 당시 나왔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 제조·판매업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업무상 과실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이 폐 손상 등의 피해를 본 사건으로, 2011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2023년 12월31일 기준 지원 대상 피해자는 5천691명에 달한하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1천26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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