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왼발이 아닌 멀쩡한 오른발 뼈를 절단해 불구가 된 환자한테 언론에 제보하면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 ‘실화탐사대’가 왼쪽 발목의 신경 손상 문제로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 사고를 당했다는 20대 남성 A 씨의 사연을 지난 11일 전했다.
A 씨는 7세 때 화상을 입어 왼발 신경이 손상되면서 발목이 안쪽으로 틀어지는 후유증을 겪었다. 그나마 문제없는 오른발 덕분에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A 씨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려고 왼쪽 발목을 수술 받기로 했다.
A 씨는 지난해 3월 10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발목 관절염 삼중 유합술’을 받았다. 2시간여의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마취에서 깨어나 보니 왼발은 가볍고 오른발이 이상할 정도로 무거웠다. 알고 보니 병원이 실수로 멀쩡한 오른발을 수술하면서 철심 3개를 박아 넣었던 것.
의료 사고를 인지한 병원은 뒤늦게 A 씨 왼발 수술에 나섰다. 이후에 A 씨는 5개월 동안 입원하고 4개월간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양쪽 발목에 통증이 심해 제대로 걷기 힘든 상황이다. 발목이 구부러지지 않아 내리막과 오르막길을 걷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쪽 발에 모두 장애가 생긴 셈이다.
병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치료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합의금 논의가 시작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병원 관계자는 “어느 정도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합의를) 빨리 끝내는 게 좋다”라면서 “언론에 (사고 내용이) 터지면 원만한 합의가 안 될 수도 있다. 언론에 나오면 딱 절차대로 밟고 갈 것”이라고 A 씨를 압박했다.
황당하게도 병원은 A 씨 오른발 관절에도 구축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담당 의사는 오른쪽 발목에도 외관상 화상이 있으며 온전하지 않아 수술 부위가 잘못됐음을 바로 알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정형외과 전문의 출신 이용환 변호사는 ‘실화탐사대’ 인터뷰에서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뼈와 뼈 사이 간격이 좁아져야 관절염이 생기는 건데 (오른발의) 다른 뼈들은 다 정상이다”라고 밝혔다.
방송에서 나온 A 씨의 의료 일지에도 우측(오른발) 발의 상태는 ‘좋음’이라고 적혀있었다.
A 씨의 의료사고는 지난해 12월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당시 병원 측은 피해자 A 씨에 대한 추가 보상도 조율해 문제를 원만하게 합의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병원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가입해 둔 ‘대한의사협회의료배상공제조합’에 보상을 신청해 심사하고 있다”라면서 “이와 별개로 추가 보상도 피해자와 조율해 최대한 원만하게 진행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수술을 위해 모든 검사를 왼발 중심으로 했는데 멀쩡한 오른발을 건드렸다. 오른발은 화상을 입었지만, 축구와 달리기도 했다”라면서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 오른발이 왼발을 대신해 힘이 돼주어 의지하고 일도 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됐다는 절망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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