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11일 두 번째 회의에서 MBC 집중 심의를 이어갔다. 이날 심의 안건 총 13건 중 7건에 해당된 MBC에 대해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포함해 중징계 수준의 제재가 이뤄졌다. 13건 중 12건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다룬 방송이었다.
이날 제작진 의견진술이 진행된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지난해 12월13일 방송)엔 심의위원 5인의 동의로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가 의결됐다.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퇴 등에 대한 대담에서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제 국민의힘이란 정당은 없다’라고 말하고,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가 총선 결과를 예측하며 ‘민주당이 무조건 과반을 가져가야 된다’ 등 발언을 한 것이 일방적 주장이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의견진술에서 제작진은 이언주 의원 관련해 정당 소속 의원들의 개인적 의견을 듣는 코너라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김준일 에디터 발언에 대해선 돌발상황이었다며 제작진들이 수습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일부 심의위원들은 MBC가 자사의 구조적 편향성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제작진에게 “김준일 평론가의 적절하지 않은 발언을 전 국민이 들었는데 왜 사과 안 했나”, 국민의힘 당적을 가지고 국민의힘을 위반하는 이언주 의원을 국민의힘 대표로 부른 이유가 뭔가”, “편파 방송으로 질타받는 신장식 변호사를 왜 장기간 방치하나. 팀장님(제작진) 의지냐” 등 추궁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돌발상황이 발생하게끔 방치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도 제작진에게 “이 프로그램 관련 여러 안건이 올라왔는데 사내 게이트키핑이 전혀 안 되냐”며 “문제가 있으면 다음 날이라도 청취자에게 대단히 송구하다는 사과방송을 해야한다”고 했다. 손 위원은 또 “MBC 라디오국의 구조적 문제다. 가장 강력한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에 제작진은 “다른 시각을 방송에 담는 방식으로 사후 조치를 했다”며 “한 명이 국민의힘을 대표한다고 보지 않는다. 다른 코너에서 다른 의원을 출연시켜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공정성에 대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엔 동의한다”며 “제작진들은 매일 문제 없는 방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의에서 관계자 징계에 이르기까지 법정제재 의견을 낸 위원 8인과 달리 홀로 ‘행정지도’ 의견을 낸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4년 전 21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에선 5개월 동안 법정제재가 단 2건이었다. 우린 첫 회의에서 2건의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며 “이렇게 가혹한 징계를 계속하면 앞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징계가 쌓여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신장식 뉴스하이킥> 관련 안건 두 건에도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관련 세 건엔 다수결로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지만, 9인의 심의위원 중 4인이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위 방송 관련 민원 사유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의 ‘김건희 특검법’ 관련 발언 비판 △한동훈 비대위원장 관련 전망 악의적 비판 △한동훈 비대위원장 지명 관련 긍정적 여론조사 언급 생략 등이다. 여당 관련 사안을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MBC <김치형의 뉴스하이킥>에는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심재흔 위원은 “오늘 안건을 보면 MBC가 주요 표적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폐지되고 나니 이제 MBC로 옮겨온 것 같다”며 “진보를 공격하는 아이템만 올라와있다. 특정 언론을 공격하고 언론을 좌지우지 하기 위해 시민단체를 동원한 의혹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법정제재를 전제로 의견진술이 의결된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지난해 12월26일 방송) 민원에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민원신청 사주 의혹’을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손형기 위원은 “‘뉴스타파 가짜뉴스’를 방송했던 MBC 등 몇몇 방송사들이 상당히 무거운 제재를 받았다. 그에 대한 복수심이라고까지 생각된다”며 “국가기관인 방통심의위에까지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13건 중 12건 한동훈 관련…한동훈 이임식 100초 동안 생중계한 YTN 민원도
이날 심의가 이뤄진 총 13건의 민원 중 12건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 관련 내용이었다.
한동훈 비대위와 관련해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정당 민주주의 파괴’라고 발언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대통령이 당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2인자를 보냈다’고 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각각 행정지도 ‘의견제시’, ‘권고’가 의결됐다.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는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뜻은 곧 대통령을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뜻’이라 말하고, ‘강서는 민주당 지지자가 10만1000명, 국민의힘 지지자가 9만9400명으로 늘 지는 곳’이라 주장하며 자료 출처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의견제시’가 의결됐다.
반면 지난달 21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이임식 현장을 100초가량 생중계한 YTN <뉴스Q>의 경우, 한 장관의 정치적 행보를 편향적으로 방송했다는 민원에 대해 ‘문제없음’이 의결됐다.
최철호 위원은 “(한 전 장관 이임식에 대해) 정치적으로 굉장히 큰 관심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박범계 법무부장관 그만둘 때 이야기 안 했느냐”라며 문제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심재흔 위원은 “장관이 이임식한다고 생중계를 100초식 하는 게 정상적인가”라고 물으며 “일방적 특혜”라고 비판했다.
심의에 따른 제재 수위는 낮은 순서부터 ‘문제없음’, 행정지도 ‘의견제시’, ‘권고’, 법정제재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중징계로 인식되는 법정제재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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