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협회, 2000년 감소폭만 되돌리는 ‘350명 증원’ 주장
두 단체 입모아 “의대협회 주장은 생색내기·자기부정”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성서호 기자 =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보건의료노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일제히 의대생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천∼3천명을, 경실련은 여기서 더 나아가 3천∼6천명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11일 적정한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국민 불편과 고통을 해소하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최소 1천명에서 3천명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이하 의대협회)에서 제시한 증원 폭 350명에 대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대책이 아닌 국민 기만과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의대협회는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2025학년도 입학 정원에 반영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40개 의과대학에서 350명 수준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351명 감축됐고, 2006년 이후 지금껏 3천58명에 묶여 있다. 의대협회가 제안한 350명 증원은 2000년에 줄인 만큼만 되돌리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여론조사 결과와 연구기관 전망치 등을 근거로 들어 “350명 증원 규모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의대 정원을 1천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운 47.4%였다. 32.7%는 100∼1천명 내외로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10∼25년 후 2만∼2만7천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의대 정원을 1천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부족으로 의사 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진료지원인력(PA)이 2만명에 달하고 의사들 역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증원 규모는 최소 1천명에서 3천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나라 의사 수가 2030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려면 3천∼6천명 이상을 즉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국내 의대 졸업자 수는 2010년부터 인구 10만명당 8명 이하에서 정체돼있는데, OECD 국가의 경우 2018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13.1명으로 격차가 상당하다”며 “단순히 증원으로는 의사 배치를 강제할 수 없으므로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국군·경찰 등의 의사 확보를 위한 특수목적의대 설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협회의 ‘350명 증원’을 두고는 “작년 11월 정부 조사에서 대학들은 2025학년도에 최소 2천151명을 추가로 뽑을 수 있다고 해놓고 불과 두 달 만에 규모를 번복했다”며 “정부의 발표 시점이 임박하자 규모를 줄여보겠다고 자기부정도 서슴지 않는 의료계의 이중적 행태가 한심하고 실망스럽다”고 규탄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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