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관사 거주 경험 소개하며 재건축 규제 완화 강조
국토부 업무보고 겸해…신혼부부·재건축 주민 등 하소연
대통령부터 총리·장관, 30대 사무관까지 직접 정책 설명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이동환 기자 = “관사에 녹물만 심하지 않았더라도 사표를 안 내고 근무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개최한 ‘민생 토론회’에서 검사 시절 노후한 관사에서 거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은 강서구 화곡본동 주민이 “소규모 정비 사업이 필요한 지역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하자 지난 2002년 잠시 검사 생활을 접고 변호사를 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공감을 나타낸 것이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겸한 이날 토론회 주제는 ‘국민이 바라는 주택’이었다.
폴라티 차림의 윤 대통령은 “이게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적 문제라는 것을 아주 잘 인식하고 있다”며 “광주도 그렇고, 부산도 그렇고 (아파트 관사가) 지은 지 20년이 조금 넘었는데도 녹물이 계속 나왔다”고 회고했다.
이날 80분간 생중계로 진행된 토론에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 청년특화형 매입임대주택 거주 청년, 신혼부부, 개인 임대사업자 등이 발언을 이어갔다.
정부 측에서는 국무총리, 국토교통부 장관,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등 고위 관료부터 국토교통부 사무관·주무관까지 마이크를 잡고 정책을 설명했다.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노후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화재에 노출돼 있다”(대전 둔산동 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 “모든 신도시 단지들이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안으로는 곪을 만큼 곪았다”(군포 주민) 등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군포 주민은 발언에 앞서 “조금 떨어도 이해해달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앉아서 편하게 해주세요. 정부 쪽에서도 앉아서 편하게”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 개인 임대사업자는 “성실한 임대사업자들은 보증보험을 다 들어서 전세 사기도 방지하는데, 최근 다주택자·투기꾼 인식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지난달에 신생아 딸을 낳은 한 남성은 “신혼부부들이 결혼은 하지만, 혼인신고는 사실 뒤로 미루고 있다”며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가족 세대원 1명이라도 많아야 가점에 유리해 자신도 출산 직전에 혼인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혼부부들이 내 집 장만과 육아 둘을 병행하는 게 경제적으로 굉장히 큰 부담이 된다”며 신혼부부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우리 사무관이나 주무관들, 현장에 계신 분들이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설명해줄 수 있느냐”며 즉석에서 실무진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의 장이슬 사무관은 자신이 30대 공무원이자 어린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하면서 “국토부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결혼을 페널티가 아닌 메리트로 느끼도록 신혼부부 청약 요건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건축과 재정비 규제에 관한 부분은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며 “정부는 어떻게 도와줄지만 생각하고, 안전진단부터 다 면제시키고 다 걷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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