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당으로 가야”…내일 탈당 예고한 이낙연과 신당 창당 나설 듯
“이재명 체제로는 尹 심판 못 해…방탄 정당 벗어나자는 호소 거부당해”
윤영찬 “DJ·盧 흔적 너무 귀해”…지역구 경쟁자 현근택 성희롱 논란 영향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설승은 정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4인방 중 이원욱(3선·경기 화성을), 김종민(재선·충남 논산계룡금산)·조응천(재선·경기 남양주갑) 의원이 10일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비명계 4인방 모임 ‘원칙과 상식’에서 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 의원은 홀로 당 잔류를 선택했다.
이들 3명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탄·패권·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지만 거부당했다”며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독선과 독주,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해야 하지만 지금 이재명 체제로는 심판하지 못한다”며 “윤석열 정권을 반대하는 민심이 60%지만 민주당을 향한 민심은 그 절반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은 미동도 없고 그냥 이재명 대표 중심의 단결만 외치고 있다. 끝내 윤석열 정권 심판에 실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해 “3총리가 진심 어린 충고를 했지만, 어떤 진정성 있는 반응도 없었다. 선거법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절망했다”고 비판했다. 3총리는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뜻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서 ‘개혁대연합’, ‘미래대연합’을 제안하고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있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연합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루 뒤인 11일 탈당을 선언할 예정인 이낙연 전 대표 등과 함께 제3지대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신당 창당 계획에 대해선 말씀 안 드렸는데, 새로운 정당으로 가야 한다”면서 “창당 계획을 정리해 내일모레 정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원칙과 상식이 중심이 돼 기득권 정치에 반대하는 세력을 결집하겠다는 게 기본 방향으로 누구와도 같이 하겠다”라며 “이낙연 전 대표도 동참할 것으로 생각하고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 (한나라당) 정태근 전 의원 등 많은 분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원칙과 상식은 지난달 이재명 대표에게 ‘당 대표 사퇴 및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한 뒤 이 대표의 반응에 따라 잔류·탈당·총선 불출마·신당 창당의 4가지 선택지를 두고 연말·연초 거취를 결단하겠다고 밝혀왔으며, 지난달 말 이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에서 이 같은 요구를 거절한 뒤엔 이들의 탈당이 예고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지난 2일 이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이 발생하자 결단 시기를 다소 미뤘다.
원칙과 상식 4인방은 당초 ‘공동 행동’에 나서기로 했으나 윤 의원은 막판에 뜻을 바꿔 당에 남기로 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민주당에 남기로 했다.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며 “민주당을 버리기에는 그 역사가, 김대중 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귀하다. 그 흔적을 지키고 더 선명하게 닦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그동안 같이 해온 과정에 비추어보면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면서도 “윤 의원 결정은 개인적인 문제이고, 우리는 새로운 정치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길을 멈출 순 없다”고 했다.
윤 의원의 잔류 선택에는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던 친명(친이재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최근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휘말리면서 공천에서 다소 유리해졌다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윤 의원이 (잔류를) 고민했던 건 해당 보도가 나오기 전이라 직접적 관련이 있다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관계자들과 친문(친문재인)계 의원 등은 전날까지도 이들 3인방의 탈당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어제 통합비대위, 선거법 관련 내용을 이 대표와 최종 정리해볼 테니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며 “이 대표 결심 방향의 안을 갖고 왔다면 고민해봤을 텐데 이제 이 대표와 이야기하겠다고 하고 국민과 한 약속도 있어 시간을 드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탄·패권·팬덤 정당에서 벗어나려는 결의를 보여주면 결단할 용의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 이후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은 ‘이재명 중심으로 갈 테니 단합 외엔 아무 길이 없다’는 선언으로 봤다. ‘이재명 사당’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더 굳히게 했다”고 덧붙였다.
geein@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