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민원 신청 사주’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도 류 위원장 사퇴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해당 의혹을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로 규정한 뒤 해명해야 할 자리를 피하고 있다.
민원사주 의혹은 지난달 23일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관련 민원인 40여명이 류 위원장 가족과 지인 등 직간접적 관계자로 추정된다는 신고서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되면서 공론화됐다. 류 위원장은 이를 ‘민원인 신분 유출’로 규정하며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특별감찰반을 꾸리고 수사를 의뢰했다.
야권 추천 심의위원들은 의혹 진상규명과 공익제보자 색출 중단을 요구했지만 류 위원장은 회피했다. 지난 3일 해당 의혹을 다룰 예정이었던 방통심의위 전체회의는 류 위원장을 포함한 여권 심의위원 전원 불참으로 급작스럽게 취소됐다. 8일 전체회의에서도 류 위원장은 민원사주 의혹 안건 논의 비공개를 시도하다 야권 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정회를 거듭했고, 두 번째 퇴장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방통심의위 최초로 회의가 정회 상태에서 종료된 순간이었다.
류 위원장은 “이 사안은 자체 감찰과 수사기관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제가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 결과 위법 여부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성옥 위원은 “위원장의 허위 민원은 방통심의위 업무 방해로 굉장히 중요한 범죄다. 2018년 당시 허위 민원으로 직원이 파면된 사건이 있다. 당시 법원은 허위 민원을 공정성 공공성을 크게 훼손해 결코 용납해선 안될 비위 행위로 봤다”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김유진 위원은 “다른 여권 위원들은 이 의혹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는데 개인의 의혹 방어를 위해 위원회를 파행시키고 동참하게 하는 것 자체가 조직의 수장이 할 일인가. 너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9일 방송소위 역시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한 의사진행 발언 속 욕설 소동과 함께 회의가 정회되었고, 8일과 마찬가지로 파행으로 끝났다. 이대로라면 방심위 파행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류희림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장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행위는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법과 방심위 임직원의 이해충돌방지 규칙을 명백하게 위배한 것이다. 공익신고 색출 감사의 경우도 명백하게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국기문란의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류희림 위원장을 즉각 해촉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방통심의위 노조와 언론·시민단체도 류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 지부장은 지난 3일 3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청부민원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즉각 해촉 요구’ 기자회견에서 “직원들 분노가 아우성치고 있다”며 “류 위원장은 해촉 대상이 아니라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김준희 위원장은 “(위원장) 신년사를 들으라고 내부에서 생중계했는데 듣다 보니 기가 차서 방송을 꺼버린 팀도 있다고 한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에 악수를 청했다는데 악수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비누로 손을 씻은 직원도 있다고 한다”며 “류 위원장은 방심위 내부에서 이미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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