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자들의 “한동훈” 연호 끊이지 않았던 구인사 대법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천태종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2주년 기념법회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중적 인기가 눈으로 확인됐다. 9일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열린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2주년 기념 봉축 대법회 현장에서다. 한 위원장이 지나는 자리에는 신자들이 몰려들었고 박수와 함께 “한동훈”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한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당과 당원들의 행사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참석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도당 신년인사회에서도 한 위원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주체가 당원들이었다면 이날 행사는 일반 국민들의 분위기를 살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기념 대법회는 전국 각지에 있는 천태종 신자 2만여명이 모이는 행사다.

대법회가 봉행되는 구인사 광명전까지 한 위원장이 지나갈 때마다 신자들의 연호가 이어졌으며, 광명전 입구에는 한 위원장을 보기 위한 행렬로 인의 장막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행사를 마치고 떠날 때에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신자들은 “한동훈 멋지다” “나라를 잘 이끌어달라” “우리 행사를 챙겨줘 감사하다” 등의 인사와 함께 한 위원장을 반겼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는 안 왔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행사 말미에 있었던 내빈들의 축사 때에도 한 위원장에 대한 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구인사 오기 전 상월원각대조사의 책을 몇 권 사서 읽었다”는 한 위원장은 먼저 “그간 자세히 몰랐던 것이 부끄러울 만큼 이 나라와 이 나라의 정신세계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기신 분”이라고 말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이어 “상월원각대조사는 애국불교·생활불교·대중불교를 3대 지표로 삼고 새로운 불교 운동을 이끌었다”며 “탄생 112주년을 맞아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배려 존중의 뜻이 대한민국 곳곳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 위원장은 무엇보다 지난해 세계잼버리 당시 조기 퇴영할 수밖에 없던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을 구인사가 수용해 프로그램을 제공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발이 되는 선의의 동료 의식이 우리 사회를 더 성숙하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여름 바로 이곳이 그런 모습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천태종과 구인사의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서로 위로하고 도와주는 따뜻한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해지길 바란다”며 “천태종단의 무궁한 발전을 축원한다.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 부처님 지혜와 광명 함께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충북 단양 천태종 본산 구인사 광명전에서 열린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2주년 기념 대법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에 앞서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한 위원장은 “(비대위가) 출범한지 얼마 안 돼 다른 일정을 다 바꾸고 뵈러왔다”며 구인사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구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전후로 세 차례나 방문할 정도로 인연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덕수 스님은 “어렵게 오셨는데 그 마음을 부처님이 아시고 크게 좋은 일이 많이 계실 것”이라고 덕담했다.

한 위원장의 방문 현장을 지켜본 야권의 한 관계자는 “천태종 신자들은 자리에 앉아 예를 올리며 조용히 종교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늘은 마치 축제를 관람하듯 무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며 “웬만한 연예인이 와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다”고 열기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 무슨 난리냐”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 위원장 외에도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김영환 충북도지사,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문근 단양군수 등 정·관계 인사 다수가 참석했다.

이날 불심을 챙긴 한 위원장은 10일부터 11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한다. 신년인사회 참석을 계기로 전국을 돌고 있지만 1박을 하며 지역에 머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첫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도 이번 부산 방문 때 가동할 방침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뒤 흔들리는 부산 민심을 잡고, 국민의힘 지지를 독려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관련 ‘서울대병원 특혜 이송’ 논란으로 부산 의료계와 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난 상황이어서, 국민의힘 중심으로 부산·경남 지역의 민심을 수습할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