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묵묵부답에 원칙과상식 기자회견 예고
조응천 “제대로 답 들은 적 없어…묵살 정치”
일부 의원들 북콘서트 찾아 탈당 만류하고
이낙연·이준석은 제3지대 빅텐트 러브콜
더불어민주당 혁신계 모임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김종민·이원욱·윤영찬·조응천)이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취 표명을 한다. 이들은 경선 참가·불출마·탈당·신당 창당이라는 공동행동 선택지와 관련한 논의의 매듭을 지은 상태인데,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과상식은 그간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지적하며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해왔다. 이들은 전날 ‘최후통첩’ 성격의 발언을 하며 만 하루의 시간을 제시했는데, 이 같은 요구에 이재명 대표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극적 봉합이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원칙과상식은 이날 오전 9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원칙과상식의 기자회견이 임박하며 야권 재편을 놓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원칙과상식의 좌장격인 이원욱 의원은 ‘탈당 후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한 세력과 규합’과 같은 언급을 지속해왔다. 이 점에 비춰 원칙과상식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세력과 손을 잡고 한 지붕 아래에 모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탈당 임박을 알리는 최후통첩은 전날 북콘서트를 연 조응천 의원의 입을 통해 나왔다. 조 의원은 SBS라디오 ‘정치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게 하루의 시간이 남았다”며 “그 시간에 우리 요구에 답을 주지 않으면 (국회 기자회견 장소인) 소통관에 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조 의원은 “정말 간절하게 요구한 것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 소위 말하면 묵살정치”라며 “지금 비록 병상에 누워 있지만 당직자들 통해서 의사표현은 가능하시리라고 본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답변을 않으면) 더 이상 당이 우리들을, 특히 조응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로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당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그럼 탈당이냐’라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동시에 조 의원은 “금태섭·양향자·이준석·이낙연 신당 이렇게 여러 가지 신당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이 신당들이 독자적으로 다 기호 3번·4번·5번·6번을 받아서 총선에서 국민들의 사표 방지 심리를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행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곧이어 열린 자신의 북콘서트에서도 “마지막으로 꼭 묻고 싶은 것은 2016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민주당에 들어왔을 때, 내가 민주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집권정당이 될 수 있게 중도에서 민주당의 혁신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달라고 했다”라며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이 살고 있다. 묻고 싶다. 더 이상 민주당에 나 조응천 같은 사람은 필요 없는 것인가. 답을 달라”고 호소했다.
원칙과상식과 당의 결별이 가시화되면서, 북콘서트에는 탈당을 만류하는 동료 의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성주 의원은 “조응천 의원과 항상 민주당에서 함께하고 싶다”고 했고, 박광온 의원은 “조응천 의원의 도전이 민주당을 그동안 지켜오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큰 힘이 됐다. 민주당이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조 의원을 민주당에서 잃는 건 다 잃는 것”이라고 했다. 이소영 의원은 “혹시 모를 탈당 결심을 만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후배들을 버리고 다른 생각을 하면 반드시 발병이 난다. 마음을 돌려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은 전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원칙과상식이 이재명 대표의 퇴원과 같은 날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데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뿐만 아니라 당은 당초 10시 20분으로 공지했던 7호 인재영입식 시간을 원칙과상식의 기자회견과 같은 시간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탈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전제로 한 ‘시선 분산시키기 전략’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의 당과 결별 수순을 밟음에 따라 신당발(發) 러브콜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의 출판기념회과 조응천 의원의 북콘서트는 동시간대에 열렸는데, 양 대표의 일정에 참석한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 양쪽을 오가며 조 의원과 손을 잡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급작스레 마련된 축사에서 “조 의원 같은 정치인이 지금 같은 혼란의 시대에 앞길을 개척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기성 정치의 벽에 누군가는 도전해 구멍을 내야 하는 시대”라면서 “향후 대한민국의 정치를 위해 나는 기꺼이 조 의원의 지도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연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준석 위원장도 연단에 올라 “국회와 정치권의 혼란 속에서도 우리가 과연 용기 있는 사람을 몇 사람 찾을 수 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정치가 붕괴되느냐, 아니면 새로운 활로를 찾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가 결정된다”며 “조 의원의 모든 행보를 응원하고 나도 함께할 수 있는 방향을 함께 하겠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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