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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장’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튜브가 혐오·증오 정치 확산의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이 조회 수를 올리려 극단적 정파 성향의 영상물들을 무분별하게 양산·게재하면서 시청자들을 특정 정파·정치인에 경도된 극단적 팬덤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뉴미디어에 편승한 일부 유튜버들이 유사 언론처럼 행세하며 정치와 관련한 음모론 및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한층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 선동에 빠진 시청자들 가운데 일부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인물이나 진영에 대해 유·무형의 가해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근래에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사이버불링(온라인상 집단 괴롭힘)’을 넘어 물리적인 공격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 모 씨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평소 극단적인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즐겨 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피습 직후에도 일부 유튜버들은 자성하기는커녕 ‘자작극’ ‘배후설’ 등 근거 없는 음모론들을 주장하며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상업적·이념적 대립에 편승해 자기 이익을 창출하려는 유튜버와 이들에 완전히 몰입하는 수용자들이 이번 피습 사건의 배경”이라며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에만 집중하다 생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결심이 범죄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튜브의 현재 시스템은 이러한 ‘혐오 정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비슷한 영상만 반복 신청하는 ‘토끼굴 현상’을 심화시켜 “내 편만 옳다”는 극단적인 정파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악용을 방치할 경우 더 많은 국민들이 편향된 정파적 가짜뉴스에 한층 과몰입하며 자신의 정치 성향에 맞는 뉴스와 영상만 몰아 보는 일종의 ‘디지털 아편중독’ 현상에 빠져들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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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극단적 유튜버들은 사실상 언론인처럼 행세하며 가짜뉴스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유사 언론으로 전락했지만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유사 언론들이 헌법상 권리인 표현을 방패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이 같은 가짜뉴스 생태계의 고리를 끊을 강력한 대응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회에는 유튜브 등 플랫폼을 겨냥한 10여 건의 ‘가짜뉴스 방지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가짜뉴스로 피해를 준 유튜버 등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안(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가짜뉴스 상시 모니터링, 삭제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길 경우 영업정지·폐쇄 조치까지 취할 수 있게 한 법안(서영교 민주당 의원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야가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지 않아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자칫 올해 총선 이후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더불어 해당 법안들이 폐기될 우려가 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치 유튜버들은 스스로 언론이라 칭하면서도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미디어로서의 이득은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며 “유럽처럼 플랫폼에 책임을 묻거나 콘텐츠 제작자의 수익 창출을 금지하는 등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일찌감치 일정 규모 사업자에 불법 콘텐츠 삭제·차단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길 시 최대 500만 유로(약 71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네트워크집행법’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상반기 유튜브 내에서 19만 건이 넘는 불법 콘텐츠 신고 접수를 통해 16%를 삭제·차단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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