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 이후 연일 SBS 매각설이 거론된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890억 원을 TY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에 사용해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 ‘SBS 지키기’ 논란을 빚었던 태영측은, TY홀딩스·SBS 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태영이 SBS 매각에 부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SBS 및 자회사 내부에선 만일의 가능성을 우려하며 사태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11일 채권단 협의회에서의 태영 워크아웃 여부 결정을 앞두고 9일 기자회견에 나선 SBS 보도본부장 출신의 최금락 TY홀딩스 부회장는 SBS 매각과 관련해 “SBS가 방송 기업이라 매각에 따른 법적 규제가 매우 많아서 어렵다”며 “담보 제공 자체는 유권해석을 받아보니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SBS 지분 매각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태영이 언급한 법적 제약의 핵심은 사업자 소유제한을 규정한 방송법 8조다. 지상파 방송사업자로 참여하는 사업자는 40% 넘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고, 자회사 포함 자산총액이 10조 원을 넘는 대기업의 경우 1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다는 내용이다.
현재 태영 지주회사인 TY홀딩스는 SBS 지분의 36.92%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TY홀딩스는 2022년 5월 자산총액 10조가 넘는 대기업이 돼 현재 방송법 8조 위반 상태로, 올해 5월까지 2년의 유예기간 중 SBS 지분 상당수를 처분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지분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방송법 제한과 더불어 SBS 자산 총계가 약 1조3000억 대인 상황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SBS를 당장 매입할 수 있는 기업들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일간지나 뉴스통신사도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고, 외국자본은 지상파 소유가 금지돼 있다.
SBS 지분을 매입해 대주주가 된다고 해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방통위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방송사 주식을 가졌더라도 의결권이 제한되고, 방통위는 사업자에 주식 처분 등의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보호 △그밖에 사업 수행에 필요한 사항 등을 점검해야 한다. 최근 보도전문채널 YTN의 지분을 낙찰받은 유진그룹의 경우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공공성 관련 지적을 받아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이 보류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SBS 매각은 태영을 압박할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채권단은 9일 발표한 추가 자구계획 및 대주주의 책임 이행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자구계획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불확실한 상황 속 SBS 내부 분위기, 큰 동요보단 사태 주시
불확실한 상황 속 SBS와 계열사 내부에선 큰 동요 없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9일 “어떻게 결정될지 몰라 섣불리 입장을 밝히긴 어렵지만 대주주의 부실경영이 SBS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문제로 보고 있다”며 “그럴수록 SBS는 더욱 소유경영 분리 원칙에 입각해 책임경영, 독립경영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든 대주주든 워크아웃 개시를 미끼로 SBS의 보도기능을 위축시키려 시도한다면 노조에선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SBS 자회사 내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고웅일 언론노조 SBSi지부장은 “TY홀딩스 대표와 SBS 대표가 SBS엔 큰 문제 없을 거라고 발표했고 그 상황을 믿고 가기로 했다”며 “내부적으론 SBS 매각에 크게 동요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홍종수 언론노조 SBS A&T지부장은 “오너 일가는 국가적 위기로 번지지 않게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다만 언론사로서 SBS의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게 SBS본부와 지부들이 함께 연대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걱정하는 공정방송과 고용안전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BS미디어넷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TY홀딩스는 지난해 SBS미디어넷 지분 70%를 담보로 760억 원을 빌리며 방송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한 최초의 대출 사례를 남겼다. 최장원 언론노조 SBS미디어넷지부장은 “760억원 담보 문제가 있어 우려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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