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오열 속 이태원법 의결…동물단체, 개식용금지법 통과에 박수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김철선 정수연 기자 =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9일 유가족들의 눈물 속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특조위를 구성하되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 조항을 빼고 법 시행 시기도 총선 이후로 미루는 내용의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놓고 여당과 협상해왔으나 합의가 결렬되자 이날 중재안을 일부 반영해 본회의 표결에 부쳤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단독 처리에 항의하기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본회의 상정에 앞서 일제히 퇴장했다. 지난달 민주당을 탈당해 여당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도 퇴장 대열에 합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을 향해 “왜 나가냐”며 야유를 보냈고, 법안 설명을 하러 나온 민주당 소속 김교흥 국회 행정안전위원장도 “여당 의원님들, 듣고 나가시라”고 말했다.
본회의장에 홀로 남아있던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과도한 권한을 보유한 특조위를 통해 재차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오히려 사법 정의 구현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며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선 이미 경찰과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와 조사가 이뤄졌다”며 “지금 우리는 당리당략에 따른 참사의 정쟁화가 아니라 유가족에 대한 피해 지원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선우 의원은 이 의원을 향해 “반대 토론하지 말라”고 고성을 질렀고, 양이원영 의원은 “사과부터 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찬성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남인순 의원은 울먹이며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생때같은 젊은이 159명이 숨을 거둔 지 438일째로, 유가족들이 고통스러운 나날을 더 보내지 않도록 법안에 찬성해달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47명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보라색 점퍼와 목도리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특별법 의결 과정을 지켜봤다.
이만희 의원의 반대 토론을 지켜본 한 유가족은 “조사했다는데, 조사를 안 하지 않았느냐”라면서 오열했고, 다른 유가족들은 “양심이 죽었다”, “그 입 다물라. 그만하라”고 항의하며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은 특별법이 의결되자 눈물을 닦으며 서로 악수를 하고선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상정과 동시에 본회의장을 퇴장한 국민의힘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재난을 정쟁화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깔린 특별법을 단독 통과시킨 것은 대한민국의 안전이 아니라 정쟁과 갈등을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본회의장엔 국내외 동물보호 단체 관계자들도 자리해 ‘개식용금지법’ 통과 과정을 지켜봤다. 한국의 개 식용 문화에 문제를 제기해오던 동물보호 단체 관계자들은 법안이 의결되자 환영의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의 크리스 드로즈 대표도 눈에 띄었다.
한편 국민의힘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테니스 코치 출신 김은희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첫 출석했다.
체육계 성폭력을 고발해 ‘체육계 미투 1호’로 불린 김 의원은 인사말에서 “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승계가 지난 미투운동이 촉발한 사회적 분노를 다시 기억하고,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ses@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