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 1개 칸의 객실 의자가 제거된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해 4호선 열차 1개 칸의 객실 의자를 제거하는 시범사업을 오는 10일 출근길부터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공사는 혼잡도, 차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혼잡도가 높고 객실 의자 아래 중요 구성품이 적은 3호차(4번째 칸 또는 7번째 칸)를 객실 의자 제거 대상 칸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3분기 4호선 열차 한 칸의 최고 혼잡도는 193.4%였다. 이는 지하철 1~8호선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혼잡도란 실제 승차 인원을 승차 정원으로 나눈 값이다. 즉 열차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탔는지 알 수 있는 값이다.
공사는 이번에 시도하는 객실 의자 제거 시범사업을 통해 4호선 열차 1칸의 최고 혼잡도가 최대 40%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칸당 12.6㎡의 탑승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객실 의자가 없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넘어짐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지대와 손잡이 등도 추가 설치됐다.
열차 이용에 겪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범운행에 대한 자동 안내 방송과 기관사 육성 방송, 출입문 안내 스티커 부착 등 사전 대비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는 시범 운행 모니터링과 혼잡도 개선 효과 검증을 마친 뒤 객실 의자 없는 열차의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시장은 “출퇴근 시간대 증회 운행, 주요 역 혼잡도 안전 도우미 배치 등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이번 시범사업의 혼잡도 개선 효과가 검증되면 확대 시행을 검토해 시민이 더 쾌적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급정거와 같은 긴급 상황 발생 시 갑자기 시민들이 넘어지며 압사 같은 예상치 못한 참사가 발생하면 어쩌냐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X'(옛 트위터) 네티즌들은 “진짜 지하철 안 타본 사람이나 생각할 만한 발상ㅋㅋ… 급정거하면 압사할 듯”, “근거리면 상관없는데 장거리면 입석 요금 할인해라”, “비용은 올리고 서비스는 낮추고” 등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안전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은 지난해부터 계속 커졌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정작 별도의 실험이나 사고 예측 모델을 가정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11월 쿠키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매체는 당시 서울교통공사가 혼잡도 완화 방안으로 예고한 출퇴근길 4·7호선 입석 칸 운행 계획이 사전 안전성 실험 등을 거치지 않은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도 이 대책이 결과적으로 혼잡률이 극에 달하는 4·7호선 승객 밀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데도 공사가 별도의 실험이나 사고 예측 모델을 가정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 또한 잇따랐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을 돌린다고 해도 (변수가 많아) 과학적으로 들어맞는다고 하긴 어렵다”라며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우려가 계속되는 것이)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매체에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혼잡도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입석 열차 운영은 그중 일부”라며 “시범운영 이후 여러 민원 사항이나 부족한 점 등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에서도 의자 없는 지하철을 운행했으나 전부 폐지된 바 있다.
1990년대 일본에서 운행된 열차 중 다수는 혼잡시간대에 대응하기 위해 출입문을 측면당 6개씩 뒀다. 접이식 의자를 설치해 출퇴근 혼잡 시 입석 정원을 늘리고자 좌석을 접고 운행하기도 했다.
결국 승객들 사이에서는 “승객을 짐짝 취급한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고 서서히 폐지되기 시작해 2020년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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