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원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글이 실린 신문을 배포해 물의를 빚은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 관련 사건을 최초 보도한 인천일보 기자들을 고소해 언로를 막으려 한다는 반발을 불렀다. 허 의장이 배포했던 ‘스카이데일리’는 ‘5·18 가짜 유공자, 북한 간섭 기사 작성’ 등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시상식에서 감사패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전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시의원 40명 의원실에 스카이데일리가 발행한 인쇄물을 배포했다. 허 의장이 배포한 ‘5·18 특별판’ 제목의 신문 형태 인쇄물은 발행일·발행인 정보 없이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이 사실이 인천일보 보도 등으로 알려진 뒤 국민의힘은 허 의장을 윤리위에 회부하기로 했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 극단적인 혐오의 언행을 하는 분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허 의장은 7일 국민의힘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후 허 의장이 배포했던 스카이데일리를 통해 그가 인천일보 기자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인천남동경찰서에 고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6일 스카이데일리에 따르면 허 의장은 고소장에 “차에 놓여있는 일간지 기사를 보고 (동료 시의원들이) 신문을 달라고 요청해서 준 것일 뿐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견도 밝힌 바 없어 역사 왜곡이나 폄훼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며 ““5·18이라는 정치 쟁점을 악용해 허위 사실을 묘하게 삽입하는 악의적인 방법으로 인천광역시를 대표해 의정 활동을 하는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그 자체의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주장했다.
허 의장으로부터 고소 당한 이창욱 인천일보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허 의장은 신문 배포를 보도한 행위가 자유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허 의장의 이번 고소 행위야말로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이번 사건 외에도 허 의장과 관련한 검증이 필요한 다양한 제보를 받은 만큼 좌고우면하지 않고 끝까지 취재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이어 “허 의장은 ‘단순히 이런 시각도 있으니 참고하라’는 뜻으로 배포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허 의장이 이번과 같은 방법으로 신문을 돌린 건 처음이었다. 거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 콘텐츠도 이념적이고 논란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시의회 의장이라는 사람이 신문을 돌렸다는 행위에 내포된 의미가 무엇인지는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은 8일 오후와 9일 오전 허식 의장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허 의장은 6일 스카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조선일보 보랬다고 그 내용까지 책임져야 하나”라고 주장했다. MBC에는 “일부 의원들은 달라는 대로만 줄까 아니면 그냥 다 줄까 이렇게 해가지고 그냥 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허 의장은 지난해 10월 교육 관련 행사에서 “인천을 포함한 한국 교육이 공산주의를 교묘히 옹호하고 있다”고 발언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법원·국방부, 북한군 개입설 부정… 광주 정신 계승, 대통령 뜻
허 의장이 배포한 스카이데일리 신문에는 “5·18은 DJ 세력·北이 주도한 내란”, “7개 건물 옥상서 대낮 집단 발포… 軍 소행 아니었다”, “‘군분교 습격’은 훈련된 외부세력 개입한 군사작전” 등 기사가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 등 외부세력의 개입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과 국방부는 북한 개입설이 근거가 없는 허위내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2019년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당시 민중당 국회의원)에게 “5.18 당시 북한군의 개입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지방법원은 2017년 “(북한군 개입설은) 신빙성이 부족한 허위 주장”이라고 지적했으며,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광주지방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을 찬성한다고 밝혀왔다. 지난해 5월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서는 “5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며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라고 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 후원행사에서 감사패 받은 스카이데일리
이번 논란을 계기로 스카이데일리가 정부 산하 기관 후원 행사에서 감사패를 받은 일에도 관심이 모인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하고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주최한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기념토론회’에서 공로감사패를 받았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지난해 언론재단으로부터 단체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3000만 원을 지원받은 단체다.
당시 스카이데일리는 자사 기사로 수상 소식을 알리며 “5·18 가짜 유공자 공개와 가려진 5·18 사건의 북한 간섭 등 외에도 4·15 총선 부정선거 관련 기사들을 통해 특정 집단·세력·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한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자평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스카이데일리 외에도 김의철 전 KBS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KBS 근조화환’ 설치를 지원한 유튜버 ‘한동훈삼촌tv’, 부산 서·동구 국회의원 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영풍 전 KBS 기자,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최영재 자유일보 편집국장 등이 감사패를 받았다.
언론재단은 미디어오늘에 “지난해 재단이 후원한 자유언론국민연합의 행사는 단체지원사업 공모에 신청한 단체들이 제출한 계획서를 심사위원들이 심사기준에 맞춰 채점한 결과를 취합해 선정한 곳 중 하나”라며 “이번 논란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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