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공짜로 타는 것도 아닌데 민망” vs “낭비 막을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화장실 화장지의 물량 보급 문제로 각 칸에 화장지가 없으니, 들어가시기 전 미리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직장인 신모(28)씨는 최근 수도권 전철역 화장실을 이용하려다 이 같은 안내문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화장실 휴지가 칸마다 비치돼 있는 것이 아니라 공용으로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가뜩이나 휴지를 많이 쓰는 편이라 남들이 보는 앞에서 휴지를 뽑기가 민망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일부 전철역 공중화장실에서 위와 같은 ‘화장지 안내문’이 종종 목격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철도 화장실에 ‘공용휴지’가 웬 말이냐는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코레일, 예산 부족으로 화장실 휴지 보급 중단’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불만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기차 공짜로 타는 것도 아니고 돈 받고 운행하면서 무슨 짓인가”라며 불만을 나타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없으면 껌종이라도 써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인 박모(28)씨는 “예전에 급한 마음에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휴지가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며 “그때도 각 칸이 아니라 화장실 중앙에 휴지가 놓여 있어서 난감했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에서 ‘공용휴지’를 쓰도록 한 것이 특별히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도 있다.
직장인 이모(28)씨는 “휴지가 칸마다 있으면 몰상식한 사람들이 휴지를 훔쳐가거나 낭비하는 걸 막을 수 없다”며 “칸별로 휴지를 비치하는 수고로움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용으로 놔두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허모(56)씨는 “이용객이 많지 않은 화장실에 휴지를 칸별로 구비해두는 건 오히려 위생상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차라리 빠르게 교체할 수 있도록 공용으로 휴지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일부 전철역 화장실에서 휴지를 공용으로 놔둔 것은 맞지만, 정부 예산 삭감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부 역사에서 지난해 연말 역별 예산과 이용객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휴지를 공용 공간으로 빼놓은 것으로 안다”며 “이들 역사 중에서도 연초부터는 다시 칸마다 비치하는 식으로 변경한 곳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별 상황과 이용객들의 편의를 고려해 유연하게 화장지를 비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u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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