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표시판 운영 중단 후 첫 월요일 퇴근길…교통계도요원 투입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지난주 내내 숭례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어요. 난리도 아녔어요 여기. 오늘은 오후 6시33분인데 벌써 왔네 버스가.”
8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일대 ‘명동입구’ 버스정류장에서 1101번 버스를 기다리던 김영임(63) 씨는 열흘 만에 이곳에서 버스를 탄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여기선 버스를 탈 가능성이 없어서 (전 전류장인) 숭례문 정류장에서 탔지만 거기서 명동입구로 넘어오는 데만 50분이 걸렸다”며 “하다못해 버스 기사가 앞 버스 기사한테 양보 좀 해달라고 소리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그는 “안내 표시판을 다시 없앴다는 뉴스를 보고 긴가민가하며 와봤는데 확실히 상황이 나아졌다”며 “안내 요원이 교통 상황을 통제하는 것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부터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장에 도입한 노선번호 안내 표시판 운영을 중단하고 이날 오후 5시부터는 교통계도요원 3명을 정류장 일대에 투입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한 표시판이 오히려 버스의 ‘열차현상'(버스가 꼬리를 물고 늘어서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대혼잡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퇴근 시간에 맞춰 명동입구 정류장에 가보니 약 1m 간격으로 빽빽하게 들어섰던 표시판 곳곳에는 ‘시민불편 해소 위해 줄서기 표지판 운영 유예(2024.1.5∼2024 1.31)’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일부 노선의 표지판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이전과 같은 극심한 혼잡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지정 정차 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버스가 정차해 사람들이 탑승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교통계도요원 3명은 호루라기를 불며 ‘9000번 버스는 여기서 타세요’라고 외치는 등 정류장 일대를 돌아 다니면서 버스 정차와 승객들의 탑승을 도왔다.
평소 명동입구에서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로 퇴근하는 직장인 한서현(27) 씨는 “버스 대란이 있었던 연말연시에 비해선 확실히 나아졌지만, (명동입구 정류장 바로 뒤에 있는) 애플스토어 앞이 안 붐빈 적도 없지 않느냐”며 “노선별로 버스 정류장을 반드시 분산해야 할 거 같다”고 꼬집었다.
다만, “그렇다고 원래 타던 곳에서 정류장이 너무 멀어지면 불편함이 더 커질 것 같아 걱정된다”면서 “어떤 버스의 탑승 장소가 바뀌었다고 제대로 안내할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M5121번 버스를 타고 경기 수원시로 퇴근하는 직장인 김대환(42) 씨는 “가장 큰 문제는 명동입구 정류장이 너무 좁다는 것”이라며 “버스를 타는 사람이 서로 엉키면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가 표시판을 설치한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도요원이 없으면 여전히 안전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은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는 향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경기도 등과 협의를 거쳐 이달 말까지 광역버스 노선과 정차 위치를 조정할 계획이다.
경기도와 그간 협의해 온 수원·용인 방면 6개 노선은 시민 안내, 운수종사자 교육 등 2주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이달 넷째 주까지 노선 조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수원 방면 4개 노선(M5107, 8800, M5121, M5115)과 용인 방면 1개 노선(5007)의 승하차 위치가 현재 명동입구 정류소에서 광교에 있는 우리은행 종로지점으로 바뀐다. 9401번 버스는 정차 위치를 명동입구 전 롯데영프라자 시내버스 정류소로 옮긴다.
또 명동입구 정류소로 진입하는 광역버스 중 5개 안팎의 노선을 을지로와 종로 방면에서 즉시 회차하거나 명동 정류소에 무정차하도록 조정해 도심 내부 교통 혼잡을 줄일 예정이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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