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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차관이 된 ‘역도여왕’… 인터뷰에서 보여준 장미란의 반전

최보식의언론 조회수  

한국 여자 역도의 전설 장미란(40) 용인대학교 체육학과 교수가 29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깜짝 발탁됐다. 문체부 2차관은 정책홍보와 체육관광 등을 담당한다.

요즘 장미란은 과거 선수 시절의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체형이 슬림해졌다. 지적인 이미지도 덧붙여졌다.

tvN 유퀴즈 장면 캡처
tvN 유퀴즈 장면 캡처

다음은 최보식 편집인이 2009년 선수 시절 장미란을 인터뷰한 기사다. 일반인들이 몰랐던 장미란의 숨겨진 모습을 만날 수있다.

남들은 살 빼려고 난리인데, 장 선수는 더 무거운 바벨을 들기 위해 체중을 불리느라 애를 먹는다면서요.

제가 무제한급()이고, 바벨의 무게와 체중은 어느 정도 관계가 있으니까요. 살 빼는 것도 고역이지만, 살 찌우는 것은 더 힘들어요. 저는 안 먹으면 살이 빠져요. 불리는 것은 먹어도 먹어도 화장실 한번 갔다 오면 쑥 빠져 있어요. 고등학교 들어가 처음 운동할 때 체중이 78이었어요. 운동하면서 40가 쪘어요. 제가 잘 먹으니까 무난하게 체중을 불려왔는데 이제 체중 한계점에 도달했어요.”

일단은 많이 먹어야 되겠군요.

일반 사람들보다야 많이 먹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엄청나게 먹진 않아요. 컨디션이 좋아도 한자리에서 고기 3인분 넘게는 못 먹어요. 일반인도 고기 2~3인분은 먹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역도선수들은 다른 구기(球技)종목 선수들보다 못 먹어요. 세끼를 골고루 잘 먹고 운동 중간에 간식을 하고, 저녁 후에는 부담 안 되게 찐 고구마를 먹어요.“

실제 무슨 음식을 좋아하나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이 질문을 받고 일식이라고 했더니, 그 뒤로 만나는 분들마다 일식만 사주세요. 지금은 다 잘 먹는다고 대답해요.”

길거리에서 비슷한 연령대의 날씬한 여성들을 보는 순간 분개하지 않나요?

하하하, 분개한다면 체중을 이렇게 불리지 못했을 거예요. 주변에서는 그 나이 때 놀거나 누려보지 못하고, 예뻐지고 싶은 나이에 체중 불리는 저에 대해 안타까워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어울려 노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아요. 물론 운동만 하는 건 아니에요. ‘사복을 입고, 사복이라는 말에 친구들은 웃지만 늘 운동복을 입고 지내니, 외출해서 옷을 사러 갈 때도 있어요. 마음에 드는 게 있어도 사이즈 때문에 입지를 못하잖아요. 입고 싶어도 입지 못하면 솔직히 전에는 속상했죠. 하지만 지금은 안 그래요. 다른 걸 입으면 되고 맞춰 입으면 되잖아요. 속상할 게 아니죠.”

여성에 대한 미()의 기준을 바꿔버릴까요?

헤헤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죠. 어렸을 때 외모 콤플렉스가 많아 자신 있게 앞에 나서질 못했어요. 운동을 하면서부터 항상 방송에는 남들 화장할 때 그는 송진 가루 묻혔고, 남들 다이어트 할 때 그는 체중을 불렸다는 식으로 나왔어요. 너무 안됐다는 것처럼. 하지만 제가 좋아서 한 거예요. 체중 불리기 싫었다면 안 했을 겁니다. 외모 때문에 어디 가서 주눅 들어 있는 것은 잘못된 거죠.”

지금도 참하고, 어릴 때 사진을 보니 귀엽던데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어요.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잘 먹었어요. 엄마는 딸을 예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런데 예쁜 옷을 입혀도 태()가 안 나니. 엄마는 나중에 원망을 어떻게 듣나며 못 먹게 하고 다이어트를 시켰어요. 아빠는 왜 못 먹게 하나 내버려둬라는 쪽이었어요. “

세상 사람들의 시각에 멋있는 운동도 있지 않습니까. 하필 역도를 택했을까요?

사실 그때는 역도에 대한 거부감이 지금보다 더했어요. 말 그대로 무식한운동이라고 했죠. 처음에는 부모님이 역도를 하라고 했을 때 속이 상했죠. 여자가 역도 한다는 게 창피스럽잖아요. 혼자 하는 게 뭐해 친구들에게 같이 하자고 했어요. 친구 엄마들은 다 못하게 막거든요. ‘딴 엄마들은 못 하게 하는 걸 왜 우리 엄마는 내게 시키려고 하느냐고 원망했어요. 막상 역도를 해보니 바벨의 무게를 하나하나 올려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선배들과 합숙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고등학생이 대회 참가한다고 다른 도시에 가서 잠 자고 음식을 먹는 것도 흔치 않잖아요.”

역도가 정말 단순무식한 운동입니까?

선수가 최대 힘을 내는 장면만 클로즈업해 보이잖아요. 그러니 힘만 쓰는 무식한 운동으로 압니다. 힘만 세다고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유연성·순발력도 좋아야 하고, 한가지 동작에서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기술 측면이 있어요. 시합 때는 용상·인상을 세 차례씩 드는데 상대 선수에 맞춰 워밍룸 안에서는 여러 작전이 펼쳐집니다.”

역도를 시작할 때는 그냥 취미로서가 아니라, 선수로서의 장래를 생각해봤겠지요?

운동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말을 그때 많이들 했잖아요. 부모님이 강력하게 시키려고 했어요. 아빠가 한때 역도를 좀 했어요. 제가 공부를 뛰어나게 잘해서 장래성을 보였다면 안 그랬겠지요. 역도할 만한 체격 조건은 잘 타고 났어요. 아마 유도나 레슬링 등 근()지구력을 요하거나 뛰는 운동을 했다면 못 견뎠을 거예요.”

학교 다닐 때 공부는 못 했나요?

하하하, 그렇게 못한 건 아니고. 부모님이 교육열이 높아 어려서 피아노도 배우고 한문학원도 다녔어요. 생활이 넉넉지는 않았지만 남들만큼 할 수 있게 다 해줬어요. 당시 브리태니커 사전까지 사줬어요. 저는 인물전을 읽는 걸 좋아했어요.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수업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남들처럼 했죠. 교회 합창단에 들어가고 연극을 한 적도 있었어요.”

성장 과정에서 내가 철이 들었구나하는 시기가 있었나요?

당시 부모님은 식당을 했는데, 학교에 돌아오면 우리는 식당에서 서빙을 했어요. 온 가족이 한방에서 다 잤어요. 그런 환경에서 부모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물질에 대한 중요성도 알고. 제가 처음 전국체전에 나가 금메달을 3개 땄고 상금으로 90만원을 받았어요. 고등학생이 그렇게 큰돈을 어디서 벌어요. 신기했어요. 그때 저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 엄마 아빠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실업팀에 간 것도 그런 마음이었어요.”

지금 고1이라면 역도를 선택할 겁니까?

저는 정말 다시 할 거예요. 우스갯소리로 부모님께 그때 빨리 안 한 게 후회된다. 내가 역도를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런 돈을 벌고 누가 날 알아주나라고 했어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즐겁게 잘할 수 있는 걸 부모님이 빨리 발견해준 건 행운이에요.”

또래 고등학교 친구들이 교실에서 수업받고 있을 때 운동을 한 셈인데, 운동에서 무얼 배웠나요?

인내를 배웠던 것 같아요. 제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다 가질 수는 없잖아요. 그걸 가지려면 제가 가질 만한 준비가 필요하고, 받을 만한 사람이 돼야 받을 수 있거든요. 선수들과 같이 지내면 남을 배려하는 것도 배우게 되죠.“

장미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당시 세계챔피언 탕공홍(중국)과 접전 끝에 은메달을 땄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역도 금메달(75이상급)을 목에 걸었다.

2013년 공식 은퇴한 뒤 박사과정을 거쳐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장미란은 2012년 장미란재단을 설립해 비인기 종목 선수나 스포츠 꿈나무를 후원하고 사회배려계층을 위한 체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의 활동도 해왔다.

 
최보식의언론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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