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연초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일부 여론조사를 보면 한 위원장이 여권에서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슷한 지지를 얻고 있다. 한 위원장이 이제 막 정치인으로 첫 행보를 시작하는만큼 언론에서 그를 어떻게 묘사하는지에 따라 정치인 한동훈의 첫 이미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넥스트 라이트’ 대 ‘X세대 윤석열’, 한 위원장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보수 성향 언론에서 한 위원장을 ‘넥스트 라이트(Next Right·새로운 우파)’의 중심 인물로 거론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넥스트 라이트’는 지난해 12월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민 대표가 라디오 등 방송에서 언급한 표현이다. 한 위원장(당시 법무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가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는데 이는 야당 비판이면서 86세대 비판, 즉 세대교체를 포함한 주장이다. 세대교체 주체는 50대에서 60대까지 걸쳐있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보다 젊어야 한다.
보수 진영 내에서 86세대를 청산할 주체로서 ‘올드라이트’와 ‘뉴라이트’는 적절치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로 상징할 수 있는 올드라이트는 기본적으로 86보다 윗 세대이면서 정치적으로는 탄핵을 당했다. 이명박 정부 주요 인사로 상징되는 뉴라이트는 86세대를 중심으로 운동권이었다가 ‘변절’ 등을 통해 보수 진영으로 간 이들인데 민주당 비판에는 능할 수 있으나 세대교체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총선은 1973년생 한 위원장과 1985년생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전 국민의힘 대표)의 ‘넥스트 라이트’ 경쟁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 등 주류 언론은 한 위원장을 띄우고 이 위원장과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현 정부에 힘을 싣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22일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소식을 알리는 기사 <“국힘을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겠다, 서민과 약자 편에 설 것”>에서 박 대표 발언을 통해 ‘넥스트 라이트’란 표현을 한 위원장과 연결했다.
지난해 12월29일 박 대표는 조선일보 칼럼 <정권 심판 대 86 운동권 심판>에서 “‘넥스트 라이트’가 (586) 청산 주체가 되는 것이 역사적 순리”라면서도 ‘넥스트 라이트’를 한 위원장인지 이 위원장인지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사 출신 한 위원장이 상대를 적으로 보는 전쟁의 언어에 익숙하다며 한 위원장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넥스트 라이트’ 개념만 가져와 지난 1일자 기사에서 한 위원장과 연결지었다.
다른 매체에서도 이러한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 주간한국 박명호 칼럼에선 “그(한동훈)는 올드라이트와 뉴라이트를 넘어 ‘영(Young)라이트’나 ‘넥스트라이트’의 선도자가 될 수 있을까”라며 한 위원장의 역할에 주목했고, 신동아는 지난 2일 <73년생 ‘강남 우파’ 한동훈 대통령론 나오는 이유>에서 ‘넥스트 라이트’ 개념을 소개하고 한 위원장이 보수층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분석했다.
반면 경향신문에선 한 위원장이 ‘넥스트 라이트’가 아닌 ‘X세대 윤석열’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꾸준히 3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8일 박영환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칼럼 <73년생 한동훈은 결국 ‘X세대 윤석열’이었나>에서 “보수 일각에서는 기존 ‘올드 라이트’나 실패한 ‘뉴 라이트’와 달리 한 위원장은 ‘넥스트 라이트’ 지도자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며 비대위원에 젊은 세대를 배치한 것을 거론하면서 “한 위원장이 586 청산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X세대라는 생물학적 젊음 외에 보수의 혁신을 위한 비전과 실행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부장은 “하지만 ‘윤석열 아바타’란 평가도 탈피하지 못하는 그가 유권자에게 제시한 시대정신은 뭐가 있는가”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였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수용하지 않는 모습에 대해선 “보수의 아이돌 한 위원장의 초기 행보도 윤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에서 민주당 관련해 ‘운동권 특권정치’, ‘개딸 전체주의’라고 공격하는데 상당부분 할애한 것에 대해선 “자신을 어떻게 바꿔나갈지에 집중한 ‘박근혜 비대위’가 아니라 상대방 공격에서 존재의 정당성을 찾은 ‘황교안 비대위’를 닮았다”고 평가했다. 박 부장은 “지금 같아서는 한 위원장은 ‘X세대 윤석열’, ‘슈트핏 좋은 윤석열’, ‘책 좋아하는 윤석열’, ‘술 안 마시는 윤석열’, ‘강남 출신 윤석열’일 뿐”이라며 “그래서 넥스트 라이트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한 팀으로 봤다. 지난 6일 성한용 선임기자 칼럼 제목은 <증오·적대로 회귀한 윤석열·한동훈 체제>다. 이념공세, 야당을 향한 전투 체제 등이 그 근거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 주장 배경으로 검사 등 엘리트들이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에게 갖는 콤플렉스를 언급했다. 독재 정권에 맞서지 않고 자기 출세를 위해 공부만 했다는 일종의 부채감과 죄의식이 엘리트의 우월감과 결합해 나타난 콤플렉스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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