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NASA 오는 9일 국회 본회의 통과 사실상 확정
“우주청은 목적 아니라 수단, 시작부터 기대 경계해야”
윤석열 정부 과학계 최대 현안이었던 ‘우주항공청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9개월 만이다. 법안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하면 우주항공청은 이르면 5월 개청할 전망이다.
우주청 설립이 가시화하면서 과학계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가 우주 컨트롤타워가 설립되면 우주강국과 국제협력이 수월해지고 공공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산업화 체계’ 마련 등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우주청 설립은 이제 출발이기에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여야가 9개월 만에 법안을 어렵게 합의해 자칫 우주청 설립 자체를 목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우주청 설립은 결승선 통과가 아니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이제 마련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우주청은 그동안의 모든 우주정책을 원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정도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우주청 설립으로 모두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한국천문연구원·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전문가들은 추격형 우주 R&D(연구·개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2년 12월 발표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도 선진국을 추격하는 R&D 임무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를테면 차세대발사체(KSLV-Ⅲ)나 달 착륙선 등 개발사업도 선진국 기술을 추격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뛰어넘어 이전에 없던 R&D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도형 우주 R&D로 탈바꿈해야 우주경제와 산업화도 가능하다는 게 과학계 평가다.
이 원장은 “기존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이 약간의 기술적 우위를 활용하면 대량생산을 통해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반면, 우주산업은 발사체나 인공위성 등을 대량생산하는 시장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전에 없던 혁신 R&D 결과물만 시장에서 살아남고 평가받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우주청 설립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등과 국제협력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우주청이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상위 부처 정책을 조정·관리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박영득 천문연 원장은 “우주청이 설립되면 우주과학 분야는 NASA와 협력관계가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NASA와 협력을 가속화할 경우 달·화성과 같은 심(深)우주 탐사 협력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주개발은 공공·상업(민간)·국방 분야가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부처 간 힘겨루기가 아닌 공생·발전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형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장은 “관련 법안이 통과한다면 1월 하순 공포해 이르면 5월 하순 개청이 가능하다”며 “과기정통부는 예비비를 활용해 예산과 인력을 신속 확보하고 법안 시행령 등을 서둘러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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