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안포 해상사격을 진행하던 지난 5일 오전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마을인 경기 파주 대성동마을에는 전운 대신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400여 m 떨어진 이 학교의 졸업식 풍경은 여느 초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경 마을 유일의 학교 ‘대성동초등학교’의 55번째 졸업식이 열렸다. 김담혜·여소윤·정유화 양과 박희율·신의창 군 등 총 5명이 졸업했다. 이번 졸업식으로 학교 졸업생 모두 226명으로 늘었다. 김담혜 양은 대성동 마을 주민이고 나머지는 DMZ 바깥 파주 문산읍에 사는 학생이다.
학교 2층 대강당에는 이들의 졸업을 축하하려 교직원과 학부모를 비롯해 군과 통일부, 파주시 관계자 등 90여명이 찾아와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졸업생 보다 축하객이 훨씬 많은 진풍경을 연출했다. 덕분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단상 위 졸업생 5명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상장과 기념품에 1시간 가까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해야 했다.
DMZ 내라는 특수한 위치 때문인지 졸업식 참석자 중 상당수는 군복을 입고 있다. 졸업식 식순에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이 들어가고 단상 위 태극기 옆으로는 성조기와 유엔기가 나란히 놓였다.
최근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의식한 듯 축사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있어 주축이 되리라 생각한다”,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해서 큰 기여를 하는 어른들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는 무거운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곳에서 6년의 시간을 보내며 공부하며 자란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윤영희 대성동초 교장은 회고사를 통해 “김담혜 양은 정형외과 의사, 박희율 군은 유튜버, 신의창 군은 체육 교사, 여소윤 양은 패션디자이너, 정유화 양은 바리스타를 꿈꾸고 있다”며 “자기 장점을 그대로 살려서, 자신 있고 당당하게 밝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 미래의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대성동 마을은 ‘DMZ 내에 남과 북 각각 하나의 마을을 두고 거주 및 영농활동을 할 수 있다’는 6·25 정전협정 조항에 따라 1953년 조성됐다. 그래서 DMZ 안에 위치한 북한의 기정동 마을과는 약 800m 떨어졌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중에 이곳 참석한 민간인들은 아직 북한의 도발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한 시점이다. 북한이 해안포를 한창 발사하던 그 시간, 5명의 학생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무사히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남과 북은 냉전 시기에 이들 마을에 상대방보다 더 높은 국기 계양대를 세우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파주= 국방부 공동취재단·이현호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