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정당 등에 가상번호로 휴대전화 번호 제공…SNS서 차단법마저 공유
총선 앞두고 여론조사 중요성 커지지만…”정치권 조사 요청 줄여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4월 10일 열리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론조사에 응해달라고 전화가 걸려오는 일이 빈번해지자 시민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는 각종 사안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지표로 총선을 앞두고서는 그 중요성이 작지 않지만 소셜미디어(SNS)에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시물마저 공유되고 있다.
7일 이동통신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유권자의 휴대전화 번호는 공직선거법 제57조의8, 제108조의2 등에 따라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여론조사기관에 제공된다. 이때 전화번호는 지역·성·연령대 등 특성에 맞춰 ‘050’으로 시작되는 가상번호 형태로 제공된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받은 정당 또는 기관 등의 대상은 유효기간이 지난 후 가상번호를 즉시 폐기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정당이나 기관에 유권자의 번호가 계속 보관될 일은 없는 것이다.
정당 또는 기관은 이동통신사업자에 비용을 지불한 후 휴대전화 가상번호 생성을 요청할 수 있다. 비용만 낸다면 원하는 만큼 여론조사를 시행할 수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는 정치·사회적 사안이나 정책 등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고 총선을 앞두고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만 부쩍 자주 걸려오는 여론조사 요청 전화 탓에 불쾌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고모(33) 씨는 “전화를 아예 안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화를 걸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일과시간에 비슷한 번호로 계속 오니 부아가 치민다”며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불쾌하고 ‘혹시 번호가 팔렸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동통신사별 ‘여론조사기관 가상번호 제공 거부’ 방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별 특정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면 해당 이동통신사가 여론조사기관에 가상번호 형태로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면 ‘귀하의 전화번호의 수신거부 처리가 완료됐다’ 혹은 ‘해당 전화번호의 가상번호 제공 거부 등록이 완료됐다’ 등의 안내 문구가 나온다.
직장인 이모(28) 씨는 “아침 회의 때처럼 바쁜 시간대에 여론조사 전화가 계속 와 화가 났다”며 “번호를 차단해도 전화가 왔다는 기록이 남아 결국 통신사에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내부에서도 유권자들이 피로감 탓에 여론조사 자체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 여심위 관계자는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양대 선거 이후 가상번호 고지거부 접수 건은 100만건을 넘긴 것으로 파악한다”며 “한정돼있는 가상번호가 줄어들면 여론조사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심각성을 내부적으로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도가 커질수록 응답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성의 있는 응답 가능성도 작아지기 때문에 정당의 여론조사 요청 횟수를 즐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여심위 관계자는 “국민의 여론조사 피로로 응답률이 낮아지고 있어서 여론조사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정치권 내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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