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 발제…”젊은 의사들 해외 진출해라”
“공공의대 짓자고 하고 헬기 타고 서울 간 분 계셔”…이재명 대표 비판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의사 단체가 토론회를 열고 ‘가스라이팅’, ‘통계 조작’, ‘카르텔’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비판했다.
흉기 피습 이후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는 표리부동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는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대생과 학부모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의 싱크탱크인 의료정책연구원을 이끄는 우봉식 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추진과 대한민국 의사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우 원장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참패해 대통령 책임론이 나오자 곧바로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했다”며 정치적 고려에 따라 정부가 정책을 펼친다고 지적했다.
우 원장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정부 주장을 ‘가스라이팅'(심리 조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비교하려면 OECD가 아닌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야 한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지금 수준을 유지하기만 해도 2063년이면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는다”고 말했다.
의협에 따르면 국내 인구 1천명당 임상 의사 수(2020년 기준)는 2.51명으로 OECD 평균(3.66명)보다는 G7 평균(3.23명)과의 격차가 작다.
그러면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서 국내 의사가 부족하다고 분석한 연구보고서는 통계 조작”이라며 “보사연은 보고서 내 수치 오류로 사과하면서도 근거 없는 수치를 또 내놨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살리겠다는 공공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업무는 적고, 연봉은 많은 ‘엘도라도’라고 꼬집었다.
우 원장은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들을 제외하고 지방의료원만 따로 떼서 공시를 들여다본 결과, 이곳 의사들의 급여가 2억5천만원”이라며 “봉직의 평균인 1억9천만원보다 많은데, 연구 논문을 보면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중증환자 업무 수준은 지역 2차 병원의 5분의 1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간 아주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는 곳이 지방의료원이고, 높은 연봉에 낮은 업무 강도의 엘도라도와 같은 곳”이라며 “그런데도 공공의료기관의 31%가 가입한 민주노총은 자꾸 공공병원을 짓자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부분에서 우 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전원(轉院)을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으면서도 “최근에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법안 국회에서 통과시켜서 굉장히 시끄러웠다”며 “그런데 그 법안을 추진한 당의 대표가 다 팽개치고 헬기 타고 서울로 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의사를 늘리면 낙수효과로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들이 간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 유명 정치인이 증명하셨다”며 “지역에 병원을 늘릴 게 아니라 서울 병원 주변에 헬기장을 확보하고 헬기를 늘려야 한다”고 비꼬았다.
우 원장은 “지금 보수 우파 정권인데, 진보 좌파의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좌우를 오가며 한 자리씩 한 사람들이 카르텔을 이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우 원장은 또 참석한 의대생들을 향해 “변호사와 달리 의사는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으므로 자유를 찾아서 해외 진출도 꿈꿔보시라”면서 “의대 정원의 정치적인 결정은 의료 붕괴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우 원장의 발표 후 열린 토론회에서 우성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은 “정부 정책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인프라나 재정 지원 없이 의대생을 늘리면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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