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다음 날, 한동훈 살인예고글 40대 검거…전문가 “정당·경찰 공조 시급”
“온라인 정보 일일이 다 차단할 수 없어…대중 앞의 정치인, 완벽히 막아내는 것 불가능”
“총선 앞두고 테러 모방행위 방지하지 못하면 국민 정치혐오 및 불신 더욱 심각해질 것”
경찰, 온라인 살해협박글에 살인예비 혐의 등 적극 적용…”모방범죄 예방에 도움 될 것”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자 행세를 한 남성으로부터 습격당한 이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을 겨냥한 모방 범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외부 일정이 있을 때마다 경호를 무작정 강화하면 소통이 막히게 되고, 소통을 우선시하면 경호가 허술해지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에서 관리하는 수행원과 경찰 경호인력을 2인 1조로 운영해 신변보호와 소통 사이에서 조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3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대한 살해예고글을 게시한 40대가 광주에 있는 주거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방문을 앞두고 있는 한 위원장을 상대로 “광주에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살인예고 글을 온라인에 올린 것인데,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 피습 사실에 화가 나 글을 썼다”고 밝혔다. 경찰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 대표에 대한 살인 예고글도 현재 추적 중이다.
전문가들은 4월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정치인들이 선거유세를 위해 인파가 많은 곳에서 대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만큼 모방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환경이라고 우려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선거철이 되면 치열한 득표경쟁을 하기 때문에 정치 이념적으로 과격화된 경우들도 있는데 이런 부분이 폭력이나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범죄가 일어나려면 동기와 피해자, 수단과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선거철을 감안하면 동기는 쉽게 마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단 역시 도구로 사용할 흉기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며 “결국 피해자에게 접근할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그 기회를 주지 않으려면 정당과 경찰이 지금보다 더 공조가 잘 돼야 한다”며 “정당에서 수행하고 경찰에서 경호하는 인력을 2인 1조로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당 사람들은 접근해오는 사람 중 누가 지지자인지 아닌지를 경찰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경찰은 실제로 수상한 사람이 지목되면 물리적으로 접근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모방 범죄를 하기 쉬워지는 온라인 환경은 걱정스럽게 보고 있지만 사제총기나 은닉무기 제작법을 알려주는 온라인 정보를 일일이 다 막을 수가 없다”며 “정치인들은 대중 앞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군가 마음먹고 테러를 하려고 한다면 완벽히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두고 테러 모방행위를 차단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정치혐오와 정치불신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곽 교수는 “정치인들의 경우 민간 경호업체의 도움을 받거나 자기 당 내 청년 당원들을 중심으로 경호조직을 운영하는 경우들도 있다”며 “경찰과 당에서 가동할 수 있는 경호 조직 간 서로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해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사회적 파급력이 높은 정보통신망에 주요 인물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흉악범죄를 예고할 경우 형법상 협박·살인예비·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할 것이라고 4일 밝혔다. 형사전문 김범한 법무법인 YK 대표 변호사는 “구체적인 살인준비 행위가 없어도 공무집행방해를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범죄 법리를 구성해 수사가 적극 이뤄지면 모방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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