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희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가 일본에서 상당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5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시대극과 731부대를 모티브로 한 ‘경성크리처’에 대한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을 전했다.
서 교수는 “SNS에서 ‘731부대를 처음 알게 됐다’, ‘731부대에 대해 알게 된 계기’, ‘731 부대가 실제 존재했다는 것을 알았다’ 등의 역사적 사실을 인지한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성크리처’를 통해 일본 교육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731 부대와 그들의 생체 실험 등 역사적 사실이 일본 사용자들에게 잘 전달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경성크리처’는 지난달 파트1 공개 이후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되었다. OTT 플랫폼 시청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경성크리처’는 지난 4일 기준으로 일본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8위에 올랐다.
극에서 조선인들이 영문도 모르고 옹성 병원으로 끌려가 마루타 생체 실험을 통해 괴물로 변모하는 장면은 민족의 비극을 상기시켜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실제로 일본 관동군의 731부대는 2차 세계대전 중 만주에서 활동하며 한국 독립운동가와 중국 전쟁 포로를 대상으로 잔혹한 생체 실험을 했다. 또한, 이들은 콜레라, 티푸스, 페스트 등의 전염병을 사용한 실험도 진행했다.
당시 731부대에 붙잡힌 전쟁 포로들은 세균전 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이들은 ‘마루타’라 불렸는데, 이는 일본어로 ‘껍질 벗긴 통나무’를 의미한다.
731부대의 잔혹한 행위는 1940년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까지 5년간 지속되었다. 희생된 ‘마루타’는 총 3000명에 달했으며, 이들 중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경성크리처’에서는 주인공 윤채옥(한소희 분)이 어머니를 찾기 위해 옹성병원으로 향한다. 옹성병원의 지하에서는 포로들에게 실제로 생체 실험이 이루어지는 장면이 그려진다. 극중에서는 오랫동안 굶긴 포로들에게 바이러스가 함유된 물을 제공하고 그 변화를 관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731부대에서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다양한 세균을 주사하거나 음식에 섞어 제공하며 그 독성을 실험했다.
실험 대상자들을 일부러 이질에 감염시키거나 파상풍균을 주입해 관찰했다. 또한, 세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따로 묶어 놓고 청산가스를 뿌리며 그들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번 ‘경성크리처’로 인해 다시 한번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가 언급된다. 731부대에 만행은 일본 교과서에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2차 대전 종결 후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은 패배했지만, 731부대 관련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미국은 731부대의 실험 데이터를 자국으로 이전하는 조건으로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이후 독일과 일본 교과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독일 교과서는 생활사, 민중사 중심으로 서술되는 반면, 일본 교과서는 정치사와 지배층 중심으로 서술됐다.
일본 교과서는 일본이 자행한 전쟁 범죄보다는 원자폭탄 투하나 연합국의 공습 같은 사건들에 초점을 맞춰 일본이 전쟁의 피해자임을 강조한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행했던 부정적 과거에 대해 자국의 역사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일본의 역사 교과서는 과거의 부정적인 사건들에 대해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서경덕 교수는 ‘경성크리처’ 이전에 애플TV의 ‘파친코’가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문제, 조선인들이 겪은 탄압, 일본으로 건너간 이들이 경험한 관동대지진 때의 학살 등 역사적 사실들이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일본의 가해 역사가 세계에 정확하게 전달되는 데 ‘K 콘텐츠’가 크게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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