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온라인에서 배우 고(故) 이선균씨 협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등 여론의 큰 주목을 받은 사건의 피의자 신상을 폭로하는 ‘사적제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여론이 바라는 처벌 수위가 수사기관의 절차나 법원의 판결과 차이가 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만 사적제재가 2차 피해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나치게 옹호하면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여기에 대법원이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 운영자 구모씨에게 유죄를 내리면서 사적제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법원은 구씨의 정보 공개가 공익적 목적이 있지만 사적제재는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부산지법은 지난 4일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피의자 김모(67)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이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를 받고 있다. 법원은 범행 내용, 범행의 위험성과 중대성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해 피의자는 도망갈 염려가 있다며 구속을 결정했다.
그의 구속에 발맞춰 피의자 김씨의 실명과 얼굴이 SNS 상에서 확산됐다. 이 같은 유포 행위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사적제재에 해당된다.
앞서 지난 1일에도 한 유튜브 채널은 배우 이선균을 협박해 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여성 A씨의 신상 정보 등을 게재했다. 해당 유튜버는 A씨의 직업과 거주지 등을 폭로하며 추가 사기 피해 등을 입은 사람을 찾기도 했다.
이처럼 사적제재가 잇따라 발생하는 이유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다양화되는 범죄에도 수사기관의 대응과 법원의 판결이 국민이 원하는 처벌 수위에 미치지 못한 점이 꼽힌다.
지난 10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성인남녀 7745명을 대상으로 ‘범죄 가해자의 신상 공개 및 저격 등 사적제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49%(3856명)가 ‘사적제재가 적절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법 체계 내에서 제재해야 하며 사적인 방법으론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단 4%(33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또 다른 개인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인 데다 자칫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사실과 다른 정보가 퍼져 무관한 사람이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대전 유성구의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악성 민원을 호소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일부 자영업자의 가게가 가해 학부모들의 가게로 잘못 지목되면서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녀사냥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신상 공개는 불법에 해당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허위사실을 게재한다면 처벌 수위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더 높아지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드파더스 운영자와 이용자의 유죄가 확정되며 사적제재 논란이 재점화됐다.
대법원은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해 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취지로서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판시했다.
이어 “신상 공개 여부 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이나 양육비채무자에 대한 사전 확인절차를 두지 않았다”며 “얼굴,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는 공개 시 양육비채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매우 크다”고 꼬집었다.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이도선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경찰, 검찰, 법원 등에서 전개되는 수사과정에서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이어 그 결과조차도 국민들이 진상규명이나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사적제재가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사적제재를 과도하게 옹호하거나 정당화시키는 사회적 흐름은 지양해야 하며, 사적제재를 가한 사회구성원들은 자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더욱이 인권 침해, 추가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신상 공개는 법과 제도 영역에서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개개인이 윤리적·도덕적 비난 수준을 떠나 보복하고 과도하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제도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 등에서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올 수도 있고 그를 근거로 타인을 비난하는 식의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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