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민 “북한 사격 끝나고 1시간 뒤 대피령 늦었다” 지적
백령도행 여객선 50분 만에 인천 회항…연평도행 오후 배 통제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김상연 기자 =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해안포 사격을 한 5일 연평도와 백령도 주민들은 점심을 먹다가 영문도 모른 채 허겁지겁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5일 합동참모본부와 인천시 옹진군 등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2시간 동안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200여발이 넘는 해안포 사격을 했다.
합참은 북한군 포탄이 서해 완충구역에 낙하했다며 이번 사격훈련을 도발로 규정했다.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해상 완충구역에서 포사격이나 해상기동 훈련을 하면 군사합의 위반이다.
연평면사무소와 백령면사무소는 이날 낮 12시께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비슷한 시각 “방송을 들으시는 대로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도 서해5도 주민들에게 발송됐다.
이후 인천시는 오후 1시 21분 ‘[실제상황] 완충구역 북 해안포 사격으로 우리 군은 오늘 오후에 해상 사격(을 할) 예정입니다. 서해5도 주민께서는 만일의 사태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재차 보냈다.
연평도와 백령도 주민들은 평일 대낮에 황급히 대피소로 몸을 피해야 했다.
소연평도 주민 김모(71)씨는 “밥을 먹다가 대피 방송을 듣고 6호 대피소로 급하게 이동했다”며 “대피소 안이 추워 일부 노인들은 대피소 인근 노인정으로 대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육지로 가는 배편도 오후에 통제됐다고 들었다”며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몰라 일부 주민들은 초조해했다”고 덧붙였다.
김중배(75) 연평면 새마을리 이장도 “점심을 먹다가 밥상을 그대로 두고 외투만 챙겨 대피소로 갔다”며 “30명가량 모인 대피소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고 군인들도 나와 안내했다”고 말했다.
서해5도 주민 대부분은 큰 동요를 하지 않았지만, 일부는 북한의 포 사격이 끝나고 뒤늦게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백령도에 사는 김모(70)씨는 “북한이 포 사격을 시작하고 한참 뒤에 대피 안내 방송이 나왔다”며 “왜 빨리 대피 방송을 안 했는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서해5도 주민이나 우리 군인들의 피해가 없었지만 만약 급박한 상황이었다면 어쩔 뻔했느냐”고 우려했다.
인천시 경보통제소 관계자는 “북한 관련 상황은 군이 통보하지 않으면 우리가 파악하기 어렵다”며 “오전에는 군부대 측으로부터 연락받은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점심때쯤) 군부대로부터 ‘포 대응 사격 예정이니 주민들을 대피시켜달라’는 요청을 받고 대피 안내 문자를 여러 차례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낮 12시 30분께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백령도 행 여객선 ‘코리아프린스호’는 50분 뒤 회항해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또 오후 1시께 인천에서 출발해 연평도로 향할 예정이던 여객선 ‘코리아프린세스호’는 출항이 통제됐다.
앞서 해경도 군 당국으로부터 상황을 전파받고 이날 오전 서해5도에서 출항한 어선 6척을 오후 2시까지 항구로 다시 돌아오도록 조치했다.
인천시 옹진군 관계자는 “(오후 2시 현재까지) 연평도 주민 2천100명 중 400여명이 대피소 8곳으로 나눠 대피했다”며 “4천800명이 사는 백령도에서는 현재 대피 인원을 집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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