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일간지 매일신문(대표·발행인 정창룡)이 홍준표 대구시장의 동창 관련 기사를 삭제해 신문사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신문 측은 “기사는 기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회사의 재산권”이라며 “회사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매일신문은 지난 2일 문화면 톱으로 <‘홍준표 초상화’ 고교 동창 대구미술관장 선임논란>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홍 시장과 영남고 동기인 노중기 화가가 지난달 29일 대구미술관장으로 선임됐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5~8월 노 관장은 대구미술관에서 ‘지역작가조명전’ 개인전을 열었는데 전시 일주일 만에 한 추상 작품을 떼고 홍 시장 초상화가 걸려 논란이 있었다. 해당 작품은 노 관장이 홍 시장에게 그려준 뒤 시청 대회의실에 전시됐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지면에 실렸던 해당 기사가 이날 온라인에서 내려갔다.
내부에서 비판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지부와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는 지난 3일 <힘 있는 신문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자가 누구인가? 기자들을 자기검열하게 만드는 자가 누구인가?>란 성명에서 “(해당 기사가) 2일 오후 3시46분 담당 기자 모르게 삭제됐다”며 “왜 삭제하는지 이유는커녕 지운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었다”고 했다.
매일신문 노조와 기자협회는 기사가 삭제된 과거 사례도 공개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인선, ‘2전 3기’ 성공신화?…선거 후 더 골치>(2022년 5월31일)는 보도 2시간여 뒤, <경찰, ‘영주 아파트 토석 무단반출 및 채취량 축소 의혹’ 관계자 입건>(2023년 5월1일)은 이튿날 오후, <혈세 들여 연수 갔다가 대통령 보러 돌아온 대구 북구의원들>(2023년 11월8일)은 2시간여 뒤, <대구은행 캄보디아 로비 자금…검찰, 김태오 회장에게 징역 4년, 벌금 82억원 구형>(2023년 12월3일)은 12분 만에 각각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이들은 성명에서 “현장에서는 ‘기사를 쓰고도 이렇게 부끄러웠던 적은 처음’이라며 ‘취재하고 기사 쓰기 힘 빠진다’는 목소리가 늘어난다”며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닌지도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발행인과 편집인은 온라인상에서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강구하고 이를 구성원 앞에서 확약하라”라고 주장했다.
이춘수 매일신문 편집국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편집권을 가진 회사에서 그런 결정을 할 수는 있다”며 “노조와 기자협회에 양해가 됐다”고 말했다. ‘양해가 됐는데 성명이 나왔느냐’는 질문에 이 국장은 “매번 설명을 하고 (삭제)한다”고 답했다. 이미 지면에 나온 기사를 온라인에서 내린 이유에 대해 이 국장은 “그러니 특정 개인을 위해서나 특정 목적을 위해 한 게 아닌 것”이라며 “(특정 목적을 가지고 삭제했다면) 지면에도 못 싣게 했을 것”이라고 답한 뒤 “기사 최종 결정권은 발행인·편집인에게 있다”고 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 11월6일 편집국장으로 임명됐다. 매일신문 노조와 기자협회 성명에 따르면 지난해 11월8일 기사 삭제 당시 이 국장은 “이번만 양해해달라. 앞으로는 사정을 떠나서 주변 압력과 항의에 대해 내가 책임지겠다. 혹시나 불가피하게 기사를 내리면 담당 기자에게 꼭 연락하겠다”고 했다. 이후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지난해 12월3일 다시 기사가 내려갔고, 또 다시 한달이 지난 새해 첫 지면에 실린 홍 시장 동창 관련 기사가 내려간 것이다.
이 국장은 매일신문 내부망을 통해 이번 성명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이 국장은 타 매체와 경쟁도 버거운데 내부 문제로 고민하게 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히면서 “광고 관련이거나 회사 필요와 이익에 따라 전략적으로 접근했다”고 했다. 또 “온라인 기사 삭제는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경영진 협의 후 경영진의 최종 선택”이라며 “기사는 기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회사 콘텐츠이자 재산권인만큼 취사선택이나 생성·소멸권도 회사에 있다”고 했다. 향후 기사 삭제시 창구를 편집국장으로 일원화하고 담당 데스크에 설명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입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은 4일 <매일신문의 기자정신을 응원합니다>란 논평을 내고 “홍 시장 취임 이후 대구 언론의 자기 검열이 심해진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며 “매일신문 기자도 모르게 기사가 삭제되는 건 자기 검열을 넘어 신문사를 사주 마음대로 운영하는 독선에 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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