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유튜버가 사망한 반려견의 유전자를 복제해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게 된 사실을 공개한 가운데 동물보호단체가 “반려견 복제는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행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2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는 지난 1일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사모예드 종 강아지 두 마리를 소개했다.
영상을 보면, 해당 유튜버는 지난 2022년 11월 키우던 반려견 ‘티코’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고 심각한 펫로스(Pet loss·반려동물을 잃고 상실감, 우울, 분노, 자책 등의 감정에 빠지는 것)를 겪다가 민간업체에 복제를 의뢰했다. 영상에는 숨진 티코와 비슷하게 생긴 두 마리의 강아지도 등장하는데 현재 3개월령이라고 한다.
반려견 복제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반응은 엇갈렸다. 반려견을 잃은 정신적 충격을 이해한다는 반응과 복제 과정에서 다른 개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이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이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동물복제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는 실정이다. 논란이 일자 유튜버는 “저는 복제 티코를 티코와 동일시하고 있지 않다. 또 티코의 복제 과정에서도 사망한 개는 단 한 마리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복제 비용은 8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 사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물단체는 반려견 복제 과정이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복제견 또한 건강상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4일 “한 마리의 복제견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최소 20마리의 난자채취견과 대리모 역할을 할 개가 필요하다. 산술적으로는 20마리지만 난자채취에 동원되는 개는 수십 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단체가 지적하는 문제는 △비윤리적인 복제 과정 △복제과정에서 수반되는 모견의 잉여 출산 △복제견의 짧은 수명 등 건강상 문제 △복제견의 예측불가능한 공격성 등이다. 단체에 따르면, 개의 배란은 일 년에 두 차례이기 때문에 난자채취견의 경우 수시로 혈액을 채취당하고, 호르몬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실험에 동원되는 개들은 주로 식용견 농장의 개들이라는 것이 단체의 주장이다.
게다가 개는 한 번에 5~6마리를 출산하기 때문에 ‘의뢰된 개’ 이외에도 여러 마리가 태어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단체는 “복제 업체들은 잉여 생산된 개들은 모두 좋은 곳으로 무료분양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주장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복제견의 건강 문제도 있다. 국가사업으로 태어난 복제 검역탐지견 41마리를 살펴보면 대체로 수명이 짧고, 간질, 관절염, 육종 등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었다고 했다. 단체가 입양을 도왔던 복제견 중 몇 마리는 체세포를 제공한 개와 달리, 심한 공격성을 보였다고 한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같은 체세포로 복제된 개라고 하더라도 외형상 닮은 느낌이 있을 뿐 개성은 저마다 다르다. 나 하나 만족하고자 수십 마리의 실험동물을 희생시키는 동물복제에 대해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펫로스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죽음도 삶의 일부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개를 사랑하는 것은 유전적 특성이 아니라 함께 했던 시간과 기억 때문이다. 복제 업체들이 그 기억까지는 복제할 수는 없다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2019년 복제견 ‘메이’의 죽음을 통해 실험동물의 열악한 현실과 동물복제의 잔혹성 등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메이는 실험실에서 태어나 6년간 검역탐지견으로 활동했으나, 복제 실험에 다시 동원된 뒤 죽음을 맞았다.
메이를 복제한 것은 당시 국내 개 복제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서울대 이병천 교수였는데, 이 교수는 수차례 개 복제 실험을 하며 식용견 농장의 개들에게서 난자를 채취해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있었다. 2022년 교수직에서 파면된 이 교수는 현재 연구비 유용, 불법 동물실험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겨레 김지숙 기자 /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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