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습격 치밀하게 준비·카메라 정면 응시는 증오범죄 행태
전문가 “자기 행위 잘못됐다는 인식 없이 행동하는 듯”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습격한 피의자는 경찰 수사와 영장실질심사 등에서 잘못에 대해 인식하지 않는 전형적인 확신범의 행태를 보였다.
4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부산지검으로 압송된 피의자 김모씨는 “이 대표를 왜 공격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제출했다. 그걸 참고해주시면 된다.”고 답을 했다.
그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반성문이 아닌 ‘변명문’으로 지칭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김씨는 범행 후 유치장에서 책을 읽으면서 별다른 동요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책을 읽고 싶다”고 요구해 경찰이 책 대여목록을 제공하자 ‘삼국지’를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유치장에서 이상 행동도 하지 않았고, 제공된 식사도 꼬박꼬박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보통의 피의자와는 달리 카메라 앞에서도 고개를 잘 숙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서 촬영하는 취재진 카메라를 이따금 정면으로 응시하기도 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이런 행동들은 자신을 ‘확신범’이나 ‘사상범’으로 볼 때 나온다고 설명한다.
공 교수는 “증오범죄는 스릴 추구형, 반영형, ‘사명형’ 3가지로 나뉘는데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대부분 사명형”이라며 “이는 사상범이나 확신범으로 불리는 것처럼 자기의 행위가 잘못된다는 인식 없이 하는 행동이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어떤 신념에 기초를 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정당한 피해자로 보지 않고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확신범은 대부분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데, 김씨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김씨는 이 대표를 이전부터 계속 따라다니며 완벽한 범행 타이밍을 노렸던 정황이 있다.
지난달 15일 부산 수영구에서 열린 민주당 전세 사기 간담회 때도 이 대표를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범행 전날인 1일 경남 봉하마을에서도 이 대표를 기다린 모습이 포착됐다.
김씨가 흉기로 쓰기 위해 등산용 칼을 개조했다는 점도 계획범죄 주장을 뒷받침한다.
김씨가 범행 직후 경찰에서 ‘살인 고의’를 밝힌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공 교수는 “유튜브에 집착한다거나 정치 관련 행사를 많이 보면서 스스로 신념을 높여 가고, 피해의식이나 피해망상을 만들기도 한다”면서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그 상태에서 범행하기 때문에 기회주의적 우발 범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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